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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잇따른 ‘식 정치’ 의미는?


입력 2016.04.25 23:00 수정 2016.04.25 23:01        고수정 기자

원유철·최경환·나경원 등 식사 자리 마련

당권 앞둔 세 결집 등 정치적 목적 분석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중진의원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악수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원유철 새누리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5일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당의 화합과 발전방안에 대한 4선 이상 중진의원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여권에서 식(食) 정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잇따라 각계각층과 식사 자리를 열고 있다. 정계에서 오찬 등의 자리는 단순 식사를 넘어 정치적인 목적과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권 인사들의 식 정치가 주목되는 이유다.

최근 식 정치를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인물은 원유철 새누리당 대표최고위원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다. 원 대행은 25일 4선 이상 중진 의원 10여 명과 중식당에서 오찬을 열었다. 총선 패배 이후 당의 화합과 발전 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겸했다. 원 대행과 의원들은 이 자리에서 비상대책위원장과 차기 원내대표를 분리해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원 대행의 식 정치는 이뿐만이 아니다. 21일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당 출신 전직 국회의장, 부의장, 당 지도부 등 원로 34인으로 구성돼 있는 상임고문단과 오찬했다. 사흘 전인 18일에도 원 대행은 원내부대표단과 오찬 자리를 가지며 당 수습 방안과 관련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았다.

당 내에서 원 대행의 활발한 오찬 주최가 차기 당권을 위한 행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 이후 ‘신박계’로 거듭난 원 대행 스스로도 당권 도전 가능성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있다. 약 1년 간 원내대표를 지내며 자신의 측근으로 분류돼 온 원내부대표단은 물론, 차기 원내대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중진 의원들, 정치 원로들과 두루 만나며 세 형성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친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25일 ‘데일리안’에 “당 대표 출마 위한 포석”이라고 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통화에서 “원 대행 오찬의 경우 세 결집보다는 세 형성에 가깝다. 총선 이후 당 수습 취지라기 보단 당권 도전을 위한 목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분석했다.

다만 원 대행이 총선 참패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공천 파동’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당 쇄신 분위기 조성을 위한 단순 대표대행 행보의 일종이라는 의견도 있다. 원 대행은 26일 당선자 전체 워크숍 이후에도 당 의원들과 오찬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도 22일 경북지역 당선인들과 만찬 회동을 했다. 최 의원 측은 이날 회동이 경북도지사와 20대 국회 당선인들이 모여 도내 현안을 논의하는 정책 간담회 수준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 의원은 지난 14일 경북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 이후 당권 도전과 백의종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장고에 들어간 바 있다. 이 때문에 최 의원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친박계 세력 결집을 통해 향후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당권 도전을 생각할 때가 아니지 않느냐”고 즉답을 피했지만,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 전당대회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 의원은 지난해 말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사퇴 이후 당에 복귀하면서 친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릴레이 만찬 회동을 했다. 정가에서는 만찬이 조찬·오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인적 성격’이 강하고 중요도가 높은 대화를 나눌 때 갖는 자리로 통한다. 최 의원의 만찬 행보가 세 결집의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되는 이유다.

같은 날 나경원 의원이 주최한 서울 당선인 오찬 회동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되고 있다. 나 의원이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로 거론되기 때문이다. 이날 오찬에는 나 의원을 포함해 이은재·오신환·이혜훈·지상욱·김성태·이종구·정양석 당선인 등 8명이 모였다. 이들은 대부분 비박계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나 의원은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서울에서 최다선 의원이라 선거 끝나고 다 같이 식사 한 번 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26일 46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를 연다. 청와대는 이날 자리가 총선 후 민심을 청취하고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여소야대 정국에 대한 입장 표명과 안보 위기 상황, 4대 부문 구조개혁 완수 등 핵심 개혁 과제들의 차질 없는 추진 및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협조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언론인과 회동을 하는 것은 2013년 7월 10일 논설실장 및 해설위원실장 오찬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2013년 5월 15일 정치부장단 간담회, 5월 31일 출입기자단 오찬, 7월 10일 논설실장 및 해설위원실장 오찬 간담회를 연달아 연 바 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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