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예금보험공사의 '극과 극' 성과주의 도입 알리기
도입 취지 설명 나선 ‘한국투자공사’ - ‘성과주의 도입’ 꽁꽁 숨기는 ‘예보’
두 기관 간 ‘극과 극’ 행보 배경은... 준비의 차이인가, 합의의 차이인가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지난 29일, 한국투자공사(KIC)와 예금보험공사의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그런데 성과주의 도입을 놓고 두 기관이 서로 ‘극과 극’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공사는 이례적으로 성과주의 도입과 취지 알리기에 적극 나선 반면, 평소 기관 홍보에 적극적이던 예금보험공사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유독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도입 취지 '적극 설명' 투자공사vs도입 과정 '꽁꽁 숨기는' 예보
지난 29일 오전 9시 한국투자공사는 이메일을 통해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최근 금융공기업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통하는 성과연봉제 확대 실시에 관한 내용이었다.
별도의 홍보팀이 없는 한국투자공사는 이날 대외협력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권고안에 부합하는 성과연봉제 개선안을 도입해 29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공사가 밝힌 이번 확대 시행안은 상대평가를 기초로 직원들의 5개 평가등급 배분, 최고와 최저등급 간 성과연봉과 기준급 인상률 차등폭 2배 확대 등을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공사 관계자는 “일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공기업들과 달리 우리의 경우 정부의 외환보유액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돈을 불려야 하는 투자기관이기 때문에 이같은 성과제 도입을 통해 직원들 간의 일종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최근 민감한 사안인 것은 알지만 알릴 것은 알리고 가야한다는 취지에서 자료를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평균 하루 1건 가량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기관 홍보에 적극적이던 예보는 유독 성과연봉제에 있어서만큼은 공식 입장 발표도 없는 경직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성과연봉제 확정 기관 가운데 절차 상 노사 합의가 이뤄진 첫 번째 사례였기 때문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 관련 내용이 공개됐지만, 현재까지도 예보 노사의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예보 직원들을 비롯한 전 금융권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봤을 성과주의 도입 노사 간 타결 소식 대신 예보가 전한 유일한 자료는 공매재테크를 위한 ‘공매정보 노트’를 발간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이틀에 걸쳐 사실 상 연락이 두절됐던 예보 홍보 담당자는 뒤늦게야 “(성과주의 도입 사실을) 우리 역시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공공기관으로서 최근 조선-해운 구조조정 등 이렇게 어려운 시점에 금융발전을 위해 잘 해보자는 노사 간 의견 일치가 돼서 합의가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극과 극' 행보 배경은... 준비의 차이인가, 합의의 차이인가
그렇다면 성과주의 조기 도입에 성공한 두 금융공기관이 이토록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우선 현재까지 노조가 없는 한국투자공사 측은 지난 1월부터 기관 내 각 본부별 직원 대표로 구성된 근로자위원 3명과 사용자 3명으로 구성된 노사협의회를 구성해 성과주의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 총 4차례의 직원설명회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의 협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공사 직원들의 85%가 성과연봉제 개선안에 동의함으로써 이번 합의가 도출된 것이다.
투자공사 관계자는 “기관 특성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립 당시부터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오고 있어 성과주의 자체에 대한 큰 거부감은 없는 편이었다”며 “일부 직원들이 우려하는 직원 평가 공정성 문제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재 평가조정위원회에 외부 인사위원을 참여시키고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 명확한 평가제도 정비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예보의 성과주의 도입 과정은 절차상으로는 하자가 없지만 여전히 물음표를 남기는 부분이 많다. 특히 지난 27일 조합원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406명 가운데 62.7%에 해당하는 조합원 250명이 성과주의 도입에 반대해 부결된 지 불과 이틀 만에 노사 간 합의가 극적으로 성사된 배경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그동안 예보 노조 측은 성과연봉제 도입은 결코 있을 수 없다며 단 한 차례도 사측과의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았다. 당연히 사측과의 성과연봉제 개선안에 대한 구체적인 조율이나 공식 협상 역시 진행되지 않았고, 직원들의 목소리도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낮지 않다. 결국 예보 노조 측은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 시한에 떠밀려 사측의 협의안에 먼저 동의해 준 셈이 됐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극한’에 몰린 상황에서 노조위원장이 조합원들 의견과 관계없이 합의서에 사인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현재 조합원들 역시 지금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전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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