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친박 앞에서 ‘유승민 공천 배제’ 돌직구
당선인총회서 “유승민 ‘복지 발언’ 진실한 사람 논쟁 돼 실망”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9일 “유승민 의원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에 대한 당의 논박 없이 바로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넘어갔는데, 국민으로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의 발언은 친박계가 총선 과정에서 사실상 유 의원을 공천 배제시킨 것에 대해 비난으로 풀이된다.
김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인총회에서 ‘새누리당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고 “유 의원이 어디까지 생각하고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 이야기를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국가재정을 확보해서 그 것을 어디에 쓸 것이냐, 이보다 중요한 주제가 어딨겠느냐”며 “유 의원은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유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했고, 공무원연금법 통과를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연계 처리했다가 거부권을 행사한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을 사실상 공천 배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고, 이에 유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했다.
김 교수는 “적어도 대한민국의 공당이라면 그 부분에 심각한 논의를 했어야 했다. 당의 노선을 삼던, 당 안에서 논박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아무런 논박도 없이 바로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넘어갔다. 국민이 볼 때는 기가 막힌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세를 하나도 늘리지 않겠다는 게 정말로 (정부와 당의) 주된 노선인지, 다른 나라는 복지에 국가예산 평균 35%를 쓰는 데 우리는 예산의 약 20%를 쓰면서 버티겠다는 것인지 그런 논쟁을 치열하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게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가버렸다”며 “이게 과연 합당한 이야기냐 국민으로서는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당이 만드는 대통령이다. 당이 잘 돼 있으면 좋은 대통령이 나오고, 정책적으로 준비된 대통령이 나온다”며 “당이 준비가 안 돼 있으니 대통령도 그런 것”이라고 힐난했다.
또한 “대통령이 정책적 흐름을 제대로 잡지 못하니까 권위와 힘으로 사람 중심의 지배, 정치를 하려 한다. 소위 계파 문제인 친박-친노도 이런 것에서 나온다고 본다”며 “그래서 계파가 당내 지지자 그룹 생산시키려 하고 그 과정에서 자칭 타칭의 소위 친박-진박이 나오고, 실질적 정책 토론은 뒤로 밀린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김 교수는 “다음에 (국민 앞에) 무릎 꿇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며 “대안을 정확히 진단하고 내놓는게 사과고 용서다.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서 로드맵과 입장이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또 고장난 자동차 위에 올라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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