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 “정운호가 최유정 변호사에 20억 주라고 지시”
전 검사장 출신, 박수받으며 떠나 변호사 개업 후‘흔들’
‘정운호 게이트’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57)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를 구치소에서 면회하면서 정 대표로부터 “최유정 변호사에게 수임료로 두 장(20억 원)을 건네라고 내가 지시를 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뉴시스는 검찰이 홍 변호사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하기 전날인 9일 밤 홍 변호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 대표가 최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마음먹고 가족에게 돈 심부름을 시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12일 보도했다.
홍 변호사에 따르면 정 대표는 가족에게 ‘두 장을 갖다 줘라’고 했는데 가족이 그걸 2억 원으로 이해하고 돈을 챙겨 최 변호사를 찾아갔다가 면박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가족이 다시 정 대표를 찾아갔더니 ‘아니, 2억이 아니라 20억 원이라고!’ 하면서 아주 노발대발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은 정 대표가 구치소에서 최 변호사를 폭행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홍 변호사가 네이처리퍼블릭 고문 자격으로 정 대표를 면회하는 과정에서 듣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홍 변호사는 구체적인 날짜의 언급은 피했다.
홍만표 변호사는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를 진행하였으며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당해 유명해진 인물이지만, 그전부터 전직 대통령, 대기업 총수도 봐주지 않고 매섭게 비리를 파헤쳤던 검사장 출신으로 잘 알려졌다.
평검사 때 서울지검 특수 1, 2, 3부를 모두 거친 데 이어 대검 중수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 수사기획관을 지내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이 연루된 한보그룹 비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박연차 게이트 등을 다뤘다.
이에 따라 역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신임도 각별했으며, ‘박수받으며 떠난 몇 안 되는 검사’라는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변호사 개업 후 무리한 변론, 과도한 수임으로 주변의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이어 검찰을 떠난 후 5년 만에 법조 비리 의혹을 받아 압수수색을 당했다. 표면적으로는 수임료 축소 신고(탈세) 혐의를 받고 있지만, 국민의 관심은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전관예우를 통해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쏠려있다.
한편 홍 변호사는 정 대표가 자필로 작성해 최 변호사에게 건넨 ‘8인 로비 리스트’에서 ‘빠지라’는 메모에 따라 자신이 항소심 변호인단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이처리퍼블릭 부사장인 박모 씨가 나에게 전화를 해 ‘변호사 활동을 그만하셔도 될 것 같다’고 전해왔다”며 “’빠져라’라는 뜻은 변호사 활동을 그만두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최 변호사가 정 대표를 만나 그렇게 하도록 설득한 것 같다”며 “최 변호사가 ‘내가 알아서 보석을 받도록 해줄 테니 나머지 변호사는 빼라’고 말한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또 홍 변호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브로커 이모 씨(56)와 관련해서는 인터뷰에서 “그냥 고등학교 후배다. 동문 관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으며, 이번 사건으로 이 씨가 오랜 기간 잠적하고 있어 후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