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 성폭행 혐의에 “3일 전 성관계와 구분 안돼 무죄”

법원, 상습 폭행은 “죄질 나쁘다” 징역 10월

법원이 여자친구를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에 유력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자료사진)ⓒ데일리안DB

동거하며 평소 성관계를 해 온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연합뉴스가 단독 보도했다.

인천지법 형사1부(이언학 부장판사)는 13일 상해 및 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호프집 사장 A 씨(37)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 가운데 준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15년 6월 12일 오후 9시 50분경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여자친구 B 씨(36)의 집에 찾아갔으나, B 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화장실 창문을 통해 집 안으로 몰래 들어가 “왜 다른 남자를 만나고 다니느냐”며 주전자 받침 등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

그는 한 달 뒤에서 술을 마신 상태에서 주먹과 발로 B 씨의 온몸을 때려 다치게 했다. 당시 B 씨는 갈비뼈와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6주의 진단을 받았다.

조사 과정에서 B 씨는 “남자친구한테 맞고 침대에 쓰러진 후 정신이 멍해졌고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일어났을 때 속옷 하의가 벗겨져 있었고 남자친구도 속옷 하의를 벗고 있었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A 씨가 폭행을 당해 정신을 잃고 쓰러진 B 씨를 성폭행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자궁 등에서 피고인의 유전자가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유력한 성폭행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일어났을 때의 정황으로 미뤄볼 때 다소 의심스러운 점이 있긴 하지만 정황상 피고인이 (강제로) 성관계를 했을 것이라는 피해자의 추측만 있을 뿐 유력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동거하던 피고인과 피해자가 범행 3~4일 전 성관계를 했기 때문에, 피해자 몸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언제 성관계를 한 결과인지 알 수가 없어 범행을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연인인 피해자를 2차례 때려 심하게 다치게 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상해 등의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부부끼리도 강제로 하면 처벌받는데”, “결정적 증거가 없어 냉정하게 보면 틀린 판결은 아니지만, 상식적으로 답답한 노릇”이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