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간 문재인·안철수, 같은 인기 다른 모습
<현장>여유로운듯 자연스러운 문재인…어색한듯 경직된 안철수
여유로운듯 자연스러운 문재인
어색한듯 경직된 안철수
제36회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야제가 열린 17일 광주광역시 금남로 일대는 민주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고 36년 전 '그날'을 추억하려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전야제 참석차 광주를 찾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둘 다 하늘을 찌를 듯한 인기를 실감했지만 이에 대처하는 두 사람의 대응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날 전야제는 공식적으로 오후 6시부터 광주공원에서 '민주대행진' 행사로 시작했다. 오후 6시에 정확히 맞춰 행사장에 도착한 문 전 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옆자리에 앉아 행진 전까지 주먹을 휘두르는 일명 '팔뚝질'을 하며 '임을 위한 행진곡', '광주출정가' 등을 불렀다. 뒷줄엔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를 비롯한 같은 당 당선인들도 함께했다. 4·13 총선에서 광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직전 일정인 백양사 지선스님과의 만남 때문에 30여분 늦게 행사장에 도착했다.
문 전 대표와 안 대표의 차이는 행사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문 전 대표와 우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민주 당선자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상기된 표정으로 예의 '팔뚝질'을 하며 자신있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하지만 행사 일정 직전 백양사 지선스님과의 만남 일정으로 행사 시작 시각에 30여분 늦은 안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질 때는 '팔뚝질'을 하며 따라 불렀지만 '광주출정가', '투사의노래' 등은 어색한 듯 따라부르지 않았다.
행진을 시작하면서도 문 전 대표와 안 대표의 차이는 드러났다. 참석자들과 시민들은 선도차량의 선창에 후창으로 호응하며 3km를 한 시간여 행진했다. 행진 중간마다 선도차량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거부한 박근혜 정부 규탄한다", "박근혜 정부 타도하자", "세월호특별법 개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문 전 대표는 '규탄한다'는 구호에만 호응했다. 하지만 안 대표와 국민의당 당선인들은 단 한 개의 구호에도 호응하지 않았다. 일부 운동권으로 알려진 국민의당 당선인 몇몇만 예의 '팔뚝질'을 하며 호응했을 뿐이다.
전야제 행사지인 금남로에 도착해서 문 전 대표와 안 대표의 인기는 극에 달했다. 두 사람을 가리지 않고 시민들은 박수치고 환호했으며 두 사람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특히 안 대표의 경우 금남로 행사장에서 착석하려는 찰나 시민들이 사진 찍고 악수하려 몰려들면서 행사 진행을 방해할 정도로 혼잡을 빚었다. 한 시민은 안 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에게 깔고 앉으라며 깔개를 내주고, 행사 중간마다 시민들이 안 대표에게 다가가 사진을 찍거나 마실 것, 먹을 것 등을 주는 등 행사 내내 안 대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문 전 대표도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등 모습을 보였다.
두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서 나타났다. 문 전 대표는 다가오는 시민들을 제지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였다. 시민들은 문 전 대표에게 자연스러게 다가가 악수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서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문 전 대표도 시민들을 활짝 웃으며 여유롭게 맞이했다.
반면 안 대표는 그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듯 다소 경직된 표정과 의례적인 인사로 시민들을 응대했다. 특히 안 대표의 주변에는 광주경찰서에서 파견나온 것으로 알려진 인원이 몰려드는 시민을 가로막고 질서유지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안 대표도 행사내내 박수도 거의 치지 않았고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앉아 행사에만 집중했으며 표정 변화도 거의 없었다. 간혹 행사 중간 당직자들이 직접 소개시키는 인사들에게 인사를 할 때를 제외하곤 안 대표의 시선은 행사장에 고정돼 있었다.
한편 안 대표의 다소 경직된 표정과 자세에 대해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 광주의 상처를 시민들과 함께 느끼고 보듬기 위해 온 자리인 만큼 그 현장에서 웃거나 경거망동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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