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참석한 '맞춤형보육' 토론회서 참석자들 거센항의
어린이집 관계자들 보육료 현실화·시행 연기 등 요구…13일 2차 결의대회 예정
복지부 "무상교육 문제점 보완 과정의 일부…7월 1일 시행은 분명하지만..."
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맞춤형보육’ 사업과 관련한 정책토론회에서 해당 사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정책 시행 연기와 보육료 현실화를 재차 요구했다. 복지부 측 관계자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해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일선 현장의 협조를 구했으나, 어린이집 관계자들의 항의는 끊이지 않았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 회장 정광진)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맞춤형보육제도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는 항의자들의 참석으로 인해 발을 들여놓을 데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정부의 맞춤형보육 시행에 대한 보육계의 관심과 우려가 컸다.
이날 토론회장을 꽉 메운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왕형진 복지부 보육정책과 팀장이 마지막 토론자로서 발언을 시작하자 맞춤형보육 사업에 대한 문제점과 지적사항들을 쏟아내며 비판을 이어갔다. 일부 관계자들은 왕 팀장의 해명과 설명 이후 야유를 보내는가 하면,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정확한 답변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특히 질의응답 시간에는 상당수의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질문을 던지며 복지부 측의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맞춤형보육정책 시행을 강행할 경우) 예정된 6월 13일 결의대회 이후 집단 휴원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예정된 토론회 종료 시각이 지났음에도 질문자가 쏟아져 사회자와 토론회 좌장이 나서 장내를 정리·수습하려 했으나, 일부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답변을 듣기 전까지는 토론회장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소리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러면서 주먹 쥔 손을 들어올리며 “맞춤형보육 연기하라”, “맞춤형보육제도 개선하라”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는 △맞춤형보육 사업 시행에 대한 현장의 의견 수렴 및 정확한 보육수요 예측 미비 △전업맘(전업주부) 영아에 대한 차별 △종일형보육료의 80%에 해당하는 맞춤형보육료 책정 기준 부당성 △교사 처우개선 대안 미비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발제자인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 소장은 “정부는 맞춤형보육사업 시행에 따른 보육서비스 이용시간, 보육료 지원수준 변화 등에 대한 학부모와 보육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맞춤형보육사업 실시에 따른 정확한 수요예측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강행할 경우 학부모와 보육현장의 불편과 혼란이 가중돼 누리과정과 같은 제2의 보육대란이 초래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맞춤형 보육사업을 통해 보육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상보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적절한 정책대안,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맞춤형 보육사업의 시범사업 과정에 나타난 문제점과 현장의견을 심도 있게 살피고 고민하는 일은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며 △보육시간 조정 △보육단가 조정 △전업맘과 두자녀 가정에 대한 차별해소 방안 마련 △교사처우개선 방안 마련 △어린이집 운영비 지원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경옥 어린이집 원장은 “정부가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기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어린이집은 설립주체에 따라 7가지 유형이 있고, 또 인건비 지원시설과 미지원시설이 나눠져 있는데 왜 연구 결과를 일반화해서 같은 잣대를 가지고 맞춤형보육을 실시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 원장은 그러면서 “운영시간을 8시간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에 동의한다. 다만 그 8시간에 대해서는 무상보육을 하고, 그 이외의 운영 시간에 대해서는 소득에 따라 차등보육료를 했으면 좋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이날 토론회에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학부모가 토론자로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 대표로 발언한 강명희 씨는 “정부의 기준에 따르면 저희 아이는 종일반 이용 대상이 아니라 오는 7월부터 오후 3시에 자고 있는 아이를 깨워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며 “일하지 않는 부모는 마음 편히 어린이집 이용할 수 없는 것인지, 정부 기준에 따라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큰 차이점을 알게 됐다. 무상보육인데 무상이 아니라는 점, 내년에 만 3세가 되는 아이의 보육료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전업맘이라 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종일반은 맞춤이든 아니든 학부모 필요에 의해 선택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고 그에 맞는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 관계자인 왕형진 팀장은 “정부도 계속 고민하고 있지만 보육료 현실화와 예산의 문제는 늘 부딪혀 원하는 만큼 해드리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맞춤형은 무상보육 이후 운영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문제점을 보완하는 과정이지 지금까지 쌓인 보육현안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운영상의 어려움이나 다른 부분들은 또 다른 트랙을 통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왕 팀장은 시행 연기 의사를 묻는 일부 참석자의 질문에 “7월 1일에 시행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앞으로 20일 안에 아예 바뀔 여지가 없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한어총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맞춤형보육 제도개선과 시행 연기를 촉구할 예정이며, 오는 13일에는 서울시청 광장에서 2차 결의대회를 열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가 맞춤형보육을 7월부터 예정대로 시행할 경우, 결의대회 이후 집단 휴원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치고 있어 맞춤형보육 정책을 둘러싼 보육계의 반발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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