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돌려주세요…단원고 재학생도 세월호 피해자"
학부모들, 정부와 관련기관에 조속한 문제 해결 촉구
25일까지 정상화 안될 시 등교 거부, 교육감·교장 퇴진운동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보존되고 있는 ‘세월호 기억교실’의 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하는 가운데, 19일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로 구성된 단원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재학생들에게 교실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단원고 비대위 소속 30여명의 재학생 학부모들은 안산 단원구 소재 안산교육지원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단원고는 1100여명의 학생들이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있지만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있고, 시설 부족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교육부·경기도교육청·단원고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편안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속히 결단해달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지난달 9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재 단원고에 보존되고 있는 10개의 기억교실을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 이전하고 향후 ‘416 안전교육 시설’(가칭)이 건립되면 해당 시설로 이전하기로 협약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교실 이전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회견 도중 몇몇 재학생 학부모들은 호소문을 읽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였고, 일부는 “저희 정말 화납니다”, “저희의 마음을 제발 알아주세요”라며 현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비대위는 이날 호소문에서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내 임시교실 보강공사로 기억교실 이전이 늦어지고 있는 점과 임시교실 완공 시기를 전후해 이전키로 했음에도 ‘무리한 요구’로 인해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비대위 측은 416 가족협의회가 추모 물품이 부착된 교실 창문과 창틀, 천장 석고보드 등을 원형 그대로 떼어 옮길 것을 단원고에 제안한 것을 두고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지난 9일 416 가족협의회가 단원고에 발송한 ‘416기억교실 이전에 따른 단원고, 경기교육청의 책임, 역할’이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창문과 창틀은 이송과 보존 과정에서 파손과 원형유지를 위한 보존 포장’, ‘석고보드가 반별로 질서유지가 돼야 하며 깨지지 않는 분리와 보존 포장계획’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러나 재학생 학부모들과 단원고 측은 현재 재학생들의 학습활동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창문과 창틀, 천장 석고보드 등의 분리·이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학기가 종료된 뒤에 이전·분리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유가족 측은 동시이전을 완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 철거 공사로 인해 또 다시 재학생들은 설 곳이 없는데도 교육청과 학교, 누구하나 재학생들을 위해 결단을 하지 않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며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인해 세월호 사고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님들의 소망은 (재학생들이) 학교에서 맘껏 웃고 공부하며 내년에 입학할 후배들이 똑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뿐”이라며 “이제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에게 교실을 돌려주고, 다른 학교와 같은 학습 분위기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아울러 비대위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현재 경기도교육감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로, 오는 25일까지 제3의 장소에서 수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제3의 장소에서의 수업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단원고 전체 학생의 안산지역 내 전학을 요청할 예정이며,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면 25일까지 현재 단원고의 완벽한 정상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비대위는 이 같은 입장이 모두 관철되지 않을 경우, 오는 25일 총회를 거쳐 순차적으로 학생들의 등교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학교의 학생들을 지키지 못하는 단원고 교장과 경기도교육감은 각 기관의 장으로서 능력 부족으로 받아들이고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며 퇴진 운동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밖에 비대위 측은 안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단원고 재학생 학부모들의 호소문’을 전달하고, 단원고의 정상화를 위해 시민들의 도움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관련, 이날 회견에 참석한 단원고 관계자는 “지금 교육활동을 하는 상황에서 동시이전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라면서도 “학교는 학교의 정상화가 목적이라 지속적으로 유가족들과 협의를 통해 원만한 이전이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재학생 학부모 측이 제시한 ‘제 3의 수업공간’에 대해서는 “학교가 공간을 마련할 수는 없다. 그것은 교육청이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 안과 유가족 측 안을 어떻게 절충할 것인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협상 타결 가능성은) 현재까지 말씀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억교실 이전 문제를 둘러싼 재학생 학부모와 유가족 간의 갈등이 봉합되고 단원고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모아졌으나, 갈등이 또 다시 재연되면서 기억교실 이전에 대한 논란은 향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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