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와 두 야당, 그 미묘한 딜레마
두 야당 모두 손학규 원하지만…정작 손학규는 진퇴양난
이종걸 "내가 당 대표되면 손학규 합류가능성 커진다"
두 야당 모두 손학규 원하지만…정작 손학규는 진퇴양난
이종걸 "내가 당 대표되면 손학규 합류가능성 커진다"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지난 주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하의도를 방문하며 정계복귀를 위한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그러나 정치권은 손 전 고문의 이 같은 행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정계복귀에는 물음표를 보이고 있다. 손 전 고문과 두 야당 사이의 딜레마 때문이다.
손학규 전 고문은 지난 5월18일 지지자들과의 오찬 모임, 7월29일 가진 '손학규와 함께 저녁이 있는 문화한마당', 8월6일 김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하의도까지 방문하며 명백한 정계복귀 행보에 나섰다. 특히 손 전 고문의 하의도 방문이 특별한 것은 과거 '정계은퇴 후 복귀'로 대통령이 된 DJ의 발자취 때문이다. 호남에서 절대적인 DJ의 모습을 스스로에게 오버랩시켜 DJ에 대한 향수는 물론, '은퇴했던 정계복귀를 위한 명분쌓기'로 보인다.
손학규 전 고문의 광폭행보에 당장 두 야당은 반응했다. 6일 김 전 대통령 서거 7추지 추모 콘서트에서 손 전 고문을 만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빨리 당에 돌아오셔서 힘을 넣어주시기 바란다"며 손 전 고문의 더민주로 복귀를 요청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과거부터 "'안철수 대세론'만으로는 안 된다"며 손 전 고문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왔다. 최근에는 자기 당 소속이자 손 전 고문과 긴밀한 관계인 신학용·김유정 전 의원을 통해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야당이 이 같이 손학규 전 고문의 영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그가 당의 '외연확장의 이미지'를 담보하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각각 '문재인당', '안철수당'으로 이미지가 굳어진 두 당은 손 전 고문 영입으로 기존 이미지 탈피는 물론 '정치인 손학규'가 보유한 고정지지층과 '중도' 이미지까지 흡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얼핏 보면 두 선택지를 놓고 행복한 고민중일 것 같은 손학규 전 고문이지만, 그 역시 나름대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고민에 쌓여있다. 손 전 고문이 두 당중 한 쪽으로 운신하는 순간 '보기에 좋았던 꽃을 꺾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생력을 잃을 공산이 크다.
더민주는 '문재인당'이라고 불릴만큼 친노·친문 세력이 팽배한 상황이기에 손 전 고문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없고, 국민의당은 상대적으로 '안철수당'의 이미지는 덜하지만 안철수·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 등 대표급 정치 지도자가 득실거리기 때문이다. 어느 당으로 향하던 손 전 고문은 본선용 스파링 파트너에 불과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손학규 전 고문은 제3의길을 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손 전 고문이 더민주나 국민의당으로 가는 순간 자신은 들러리로 전락한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다"며 손 전 고문의 제3의길행(行)에 힘을 실었다. 신 교수는 또한 '제3의길'로는 "정의화 전 의장과 새누리당 경선 결과에 따라 일부 비박계, 더민주 경선에 따른 일부 비노계가 개헌 등 정치개혁을 놓고 구심점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손 전 고문이 오는 27일로 예정된 더민주의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운신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영길 후보가 컷오프 되면서 비노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 이종걸 후보가 전대에서 어떤 활약을 하냐에 따라 손 전 고문의 행선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이 후보가 승리한다면(당 대표가 된다면) 더민주에 남아 대권에 도전할 것이고 패배한다면 비노들과 함께 4당 창당, 혹은 비노들을 데리고 국민의당과 모종의 통합 논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더민주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이종걸 후보는 8일 손학규 전 고문의 정계복귀와 관련 "만약 내가 당 대표가 되면 당이 아주 달라지는 신호라고 보고 (손 전 고문이) 좀 더 당에 합류하는데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손 전 고문의 더민주 합류에 대해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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