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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이정현, 보수 정당에 호남 역사 쓰다


입력 2016.08.09 22:46 수정 2016.08.09 23:02        고수정 기자

'박 대통령 복심' 새누리당 신임 대표로 당선

전국 정당 발돋움…'반기문 대망론' 탄력 받을 듯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출된 이정현 신임 당대표가 두손에 꽃다발을 들고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출된 이정현 신임 당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 대통령 복심’ 새누리당 신임 대표로 당선
전국 정당 발돋움…‘반기문 대망론’ 탄력 받을 듯


그야말로 이변이다. “제가 당 대표가 되면 바다를 가르는 것보다 기적”이라던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9일 ‘인간 승리’ 신화를 썼다. 영남 기반의 보수 정당에서 최초로 호남 출신 당 대표가 되면서다.

이날 오후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이 신임 대표는 4만4421표로 이주영·주호영·한선교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저는 오늘 새누리당 당 대표에 당선됐다”며 “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이 영광되고 거룩하기까지 한 책무를 다 하고자 기꺼이 새누리당 당 대표직을 맡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리고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하며, 당연히 패배주의도 지역주의도 없음을 선언한다”며 “민생부터 챙기고, 사회적 약자들, 방황하는 청년들 문제 해결부터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지역 출신이 집권여당의 대표가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은 기회의 땅”이라며 “위대한 한국을 지키고 국민을 지키고 가치를 지키는 새누리당이 되도록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영남 정당에서의 호남 출신 ‘비주류’ 이 대표의 ‘무모한 도전’은 많은 이의 주목을 받아 왔다. 17대 총선에서 당에서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광주에 출마했지만, 예상대로 낙선했다. 득표율은 1.03%(720표)였다. 연고도, 연줄도 없던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이 대표의 광주 출마를 인상 깊게 보고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이 때부터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부터다.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후 ‘정치적 칩거’ 생활을 할 때 이 대표는 대변인 격으로 박 대통령의 옆을 지켰다. 이 대표는 박 대통령의 추천으로 18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19대 총선 때 광주에 다시 출마, 39.7%라는 보수 정당 역대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야권 연대에 밀려 석패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공보단장으로 활약하며 ‘왕의 남자’가 됐다.

호남 출신 비주류 비엘리트 이 대표는 새누리당에서 청와대 수석, 지역구 재선, 집권여당 대표까지 새 역사를 쓰게 됐다. 지난달 16일 “호남에서 새누리당으로 23년째 출마했다. 새누리당에서 호남인으로 33년간 꿈을 키워왔다. 등 뒤에서 쏟아지는 비웃음을 참아왔다. 이 땅의 많은 비주류, 비엘리트들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희망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한 것은 지역주의에 번번이 좌절했던 그를 떠올리게 한다.

이 때문에 이 대표의 당선은 여러 의미를 가진다. 영남 기반의 보수 정당에서 지역주의의 벽이 무너졌다는 것, 즉 새누리당의 비주류가 주류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점은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영남 정당인 새누리당이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할 기회가 마련됐다는 해석이다.

친박계의 당권 탈환도 주목된다. ‘뼛속까지 친박’ 이 대표를 당 대표 자리에 올려놓은 것도 친박계의 역할이 컸다. 앞서 ‘비주류’인 이 대표가 지난 1일 공개된 MBN·리얼미터의 당원 선거인단 1014명 대상 조사에서 23.8%로 타 후보를 월등히 앞선 것도 친박계의 결집으로 인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전대를 앞둔 주말에 논란이 된 ‘오더 투표’가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선출된 이정현 신임 당대표와 신임 최고위원들이 함께 손을 들어올려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정현 체제’ 출범으로 ‘반기문 대망론’도 탄력 받을 전망이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임기 마무리와 자신들에 의한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삼아왔다. 이러한 계획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옹립 시나리오도 포함돼 있다. 박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대구·경북(TK)과 반 총장의 지지 기반인 충청 연합으로는 반기문 대망론의 위력이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 대표의 당선으로 그의 기반인 호남까지 잇는 ‘삼각 연대’가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표와 함께 선출된 최고위원 4명 중 3명(조원진·이장우·최연혜 의원, 강석호 의원은 비박)과 청년 최고위원 유창수 글로벌정치연구소장이 모두 친박으로 분류되면서 당 내 기반이 없는 반 총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처럼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등의 조정을 하거나, 반 총장을 추대하는 형태로 본선 진출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의 당선은 친박계의 결집이며, 영남 정당에서 최초로 호남 출신 당 대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전국 정당으로 발돋움할 기회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며 “반 총장의 대권 가도에 유리한 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신 교수는 분권형 개헌(이원집정부제)이 아닌 4년 중임제로의 개헌 논의가 점화될 거라고 예측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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