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도권 싸움' 과열에 더민주 “이러다 또 진다”
"문재인 대선후보 흔들지 않을 사람 뽑자" VS "후보 독점하면 대선 또 패배"
"문재인 전 대표가 무난하게 대선후보가 되면 무난하게 진다."
더불어민주당 중진이자 온건파 인사로 꼽히는 원혜영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전당대회가 친문 일변도로 흐르는 상황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발언을 했다가 인터넷상에서 '댓글 폭탄'을 맞았다. 집권을 위해선 대선 경선의 역동성과 다양성,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문 전 대표 지지자 중 일부가 원 의원을 해당 행위자로 규정하며 원색적인 욕설이 담긴 댓글 공세를 펼친 것이다.
앞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새 인물'로 떠올랐던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불출마를 선언하기 직전까지 일부 문 전 대표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당 관계자는 "자칭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당의 문을 완전히 닫으려 한다. 그게 문재인에게 도움이 안 되는 걸 왜 모르나"라며 "문재인이 아니면 같은 당이어도 적이라는 건가. 이재명 시장도 놀랐다더라"고 말했다.
제1야당 전당대회가 대선 경선 주도권 전쟁으로 얼룩지는 모습이다. 당내에선 문 전 대표를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일부 세력이 전대 판을 장악,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보 간 차별성이나 정책적 경쟁은 사라지고 '문심 잡기'에 혈안이 됐다는 비판은 초반부터 있어왔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대선경선 공정성 시비가 일어 자칫 집권에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세론이 부담스러운 문 전 대표는 이번 전대와 완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체제 당시 입당한 온라인 10만 당원들을 중심으로 더민주 대선 후보를 이미 문 전 대표로 규정, 문 전 대표를 흔들지 않을 사람을 당선시켜야 한다며 소위 친문으로 불리는 후보들을 조직적으로 지지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이종걸 의원이 '비주류 대표'를 자임하고는 있지만, 친문 이외의 세력이 이 의원을 거점으로 결집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손학규 고문 등 다른 예비 대선주자군 측은 전대를 관망하는 데 그치고 있다. 박 시장 측 인사는 “당 대표가 특정 대선주자 쪽 지지 세력에 의해 당선됐다는 낙인이 찍힌 이상, 대선 경선이 어떻게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나”라며 “공정성 시비가 붙으면 또 진다”고 우려했다.
후보들 사이에서도 문심 경쟁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 후보는 취재진과의 공개 석상에서 "우리당 대선후보 옆에 이종걸 후보가 서 있는 것을 상상해보면 너무 불안하고 안 어울린다"며 "자기 당 대선후보인데 마음에 안 든다고 또 당무 거부해버린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이 캠프 관계자는 또 최근 SNS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문 전 대표에게 날을 세웠던 것을 언급하며 "이번 선거는 누가 김종인과 가까운지를 골라서 가려내는 선거"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일부의 지나친 폐쇄성이 당원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 의외의 결과를 불러올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더민주 호남 측 핵심 관계자는 “당원들이 모를 것 같나. 지나친 ‘문재인 팬’들의 홍위병과 같은 모습에 많은 당원들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며 “지난 대선 때 왜 졌는지 모르나. 이대로 가면 또 진다. 당원들이 모르는 것 같지만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추미애·김상곤 표가 한 쪽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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