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노예’ 19년 만에 먹는 짜장면 “세상 최고 음식”
19년 강제노역 탈출해 지난 14일 가족과 극적 재회
악취가 진동하는 축사 쪽방에서 생활하며 19년 동안 강제노역하다 탈출한 지적장애인 고모(47)씨가 지난 달 14일 어머니, 누나와 극적 재회했다.
가혹행위와 함께 강제노역에 내몰렸던 축사 생활의 악몽이 뇌리에서 점차 지워지면서 그는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14일 전했다.
지난 한달 고씨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고 음식점에서 외식을 했다. 또 장날 전통시장을 구경했고 선풍기 바람을 쐬며 TV를 시청했다.
일반인에게는 평범한 일상이다. 하지만 6.6㎡ 쪽방 생활을 하며 철저히 바깥세상과 단절됐던 고씨는 시장을 구경하면서 떡, 통닭 등 푸짐한 음식과 다양한 공산품을 보고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고씨는 특히 중국 음식점에 들러 “19년 만에 짜장면을 처음 맛봤다”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순식간에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지난달 28일에는 고씨 혼자 버스를 타고 조치원에 가 약국에서 종합 감기약을 지어 오기도 했다. 이른 아침 갑자기 사라진 고씨를 찾느라 마을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지만 고씨는 아무렇지 않은 듯 감기약을 사고 집에 돌아왔다. 주민들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반겼다.
1997년 여름 천안의 한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고씨는 소 중개인에게 이끌려 청주시 오창읍 김모(68)씨의 농장에서 강제노역을 당했다.
고씨는 지난달 1일 축사 인근의 한 공장 건물 처마에서 비를 피하다가 사설 경비업체 경보기가 울리면서 경찰에 발견돼 최근 어머니, 누나와 상봉했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고씨를 소 축사 쪽방에서 생활하게 하고 19년간 강제로 일을 시킨 혐의(형법상 중감금 등)로 농장주 김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부인 오모(62)씨를 지난 8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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