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응답 저주 깰까
김유정과 사극 첫 호흡…하반기 기대작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와 경쟁
배우 박보검이 '응답의 저주'를 깰 마지막 주자로 나선다.
'응답의 저주'는 인기 드라마 시리즈 tvN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에 출연한 배우들이 차기작에서 대중의 응답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응칠'의 정은지 서인국은 KBS2 '트로트의 연인'과 '왕의 얼굴' 주연으로 나섰으나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실패했다. 다만 서인국은 최근 작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배우로 도약했다.
'응사'의 고아라 정우 유연석 손호준 등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고아라는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를 선택, 시청률 면에선 재미를 봤지만 고아라 자체는 큰 존재감을 뽐내지 못했다. 영화 '조선마술사',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등도 흥행 참패했다.
정우가 '응사' 이후 출연한 영화 '쎄시봉'과 유연석이 나선 영화 '상의원', '은밀한 유혹', '맨도롱또똣' 등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나마 정우는 '쎄시봉' 이후 택한 '히말라야'에서 부진을 만회했다.
'응답하라 1988'의 주역 혜리와 류준열도 '응답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성 혜리 주연의 '딴따라'는 동시간대 꼴찌 시청률인 7.8%(닐슨코리아·전국기준)로 종영했고, 황정음 류준열 주연의 '운빨로맨스'는 자체 최저 시청률인 6.4%로 막을 내렸다. 두 작품은 막장 요소 없는 착한 드라마였지만 진부한 이야기, 전개로 비판받았다.
'응답의 저주'를 풀 유일한 희망은 박보검이다. 박보검은 혜리, 류준열보다는 여유 있게 드라마를 택했다.
그가 출연하는 KBS2 월화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조선후기 예악을 사랑한 천재군주, 효명세자를 모티브로 한 궁중 로맨스.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조선시대 청춘들의 성장 스토리를 다룬다.
왕세자와 내시 커플의 궁중 로맨스라는 신선한 설정은 일단 합격점이다. 박보검은 주인공 왕세자 이영 역을 맡았다. 장난기와 까칠한 성격을 아우르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츤데레(겉으론 툴툴 거리지만 속정이 깊다는 뜻)다. '착하고 바른 남자' 박보검이 펼치는 츤데레 면모가 벌써 기대된다.
박보검이 처음으로 도전하는 사극이라는 것도 관심 요인이다. 박보검 캐스팅 이유에 대해 KBS는 "원작소설의 드라마화가 전해졌을 때 웹상에서는 총명함과 미모를 갖춘 주인공 왕세자 역할 1순위로 박보검이 언급됐다"며 "딜레마를 극복하고 진정한 군주로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잘 표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박보검의 상대 역으로는 사극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유정이 나선다. 김유정은 여자의 몸으로 내시가 된 여주인공 홍라온을 연기한다.
박보검과 김유정은 풋풋하고 유쾌한 로맨스를 지향한다. 관전 포인트는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 최근 공개된 스틸에서 보여준 박보검과 김유정은 '꿀 떨어지는 눈맞춤'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으며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비주얼은 100점"이라는 기대 섞인 글이 줄을 잇는다.
박보검과 김유정이 연기력, 스타성을 동시에 갖춘 배우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그간 연기력 논란도 없었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중박' 이상의 성적을 내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박보검은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응답의 저주'라는 말이 속상하다"며 "'응답'은 날 알리게 해 준 작품이라 내겐 축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혜리 씨와 준열이 형 작품이 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을 통해서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성패의 여부를 떠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촬영하고 있다"고 했다.
배우, 소재는 합격점이니 남은 건 스토리다. 탄탄한 이야기와 매끄러운 연출이 뒷받침돼야 한다. '후아유-학교 2015' 김민정·임예진 작가가 대본을 집필하고, '연애의 발견' 김성윤 PD와 '태양의 후예' 백상훈 PD가 공동 연출한다.
KBS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 송중기 유아인 박민영 주연의 '성균관 스캔들'(2010)을 이을 청춘 사극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병택 CP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구르미 그린 달빛'은 '성균관 스캔들'에 이어 오랜만에 선보이는 청춘 사극이라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밝고 즐거운 드라마다. 초반부는 가벼운 느낌으로 펼쳐지고, 후반부는 정치적 이야기와 과거사 등 묵직한 이야기 등이 나온다"고 전했다.
박보검에 대해선 "박보검이 '응답의 저주'를 끊는 배우가 되길 바란다"며 "영화 '명량'을 통해 사극을 경험한 적 있지만 주인공 사극은 처음이라 걱정했다. 하지만 촬영을 진행할수록 믿음직스럽다"고 자신했다.
그는 또 "박보검은 귀여운 모습부터 카리스마 있는 왕세자의 매력까지 다양하게 소화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아이유 이준기 강하늘 주연의 SBS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와 맞붙는다. 대세 스타들이 대거 나선 청춘 사극 대결, 승자는 누가 될까.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