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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고위급 태영호 탈북에 아직도 침묵...왜?


입력 2016.08.20 07:15 수정 2016.08.20 07:16        박진여 기자

전문가 "북, 고위급 탈북에 빨치산 2세대 숙청·무력도발 감행 가능성"

"태영호, 북에서 '황족'급...구구절절 공개 비난하면 북 정권에 더 타격"

북한 최고위급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일가족과 함께 귀순한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사진은 태영호 공사가 2014년 영국에서 강연하는 모습. 유튜브 영상 캡처

전문가 "북, 고위급 탈북에 빨치산 2세대 숙청·무력도발 감행 가능성"
"태영호, 북에서 '황족'급...구구절절 공개 비난하면 북 정권에 더 타격"

북한 최고위급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일가족과 함께 귀순한 것에 대해 북한 당국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빨치산 2세대로 알려진 태 공사의 북한 내 신분은 ‘금수저’로, 내부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북한이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7일 태영호 공사의 탈북 사실이 우리 정부로부터 공식 확인된 이후 19일 현재까지 북한 당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조미평화센터의 김명철 소장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보기관들의 전형적인 작업으로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책략의 일부”라며 “지난 4월 중국 내 북한식당 종업원들의 사례와 매우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 당국이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13인의 집단탈북 사건에 대해 주장하는 바와 같은 것으로, 그간 주요인사가 망명할 때마다 우리 정부의 모략이라고 주장해온 북한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번 태영호 공사의 경우 탈북 외교관 중에서도 최고위급으로 북한 내 위상이 상당한 인물임을 고려할 때 향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우리 정부가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탈북 사실을 공개한지 나흘 만에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첫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당시 대변인은 “괴뢰정보정보깡패들이 조작한 전대미문의 집단적인 유인납치행위”라며 “극악한 집단납치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우리 인원들을 전원 즉각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약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며 강도 높은 비난·선전 공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집단탈북자들의 신상공개는 물론, 이들의 동료·가족들을 동원해 연일 선전 공세를 벌이고, 집단탈북자들의 가족들을 서울로 보내겠다는 이례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또 대남선전매체에는 이들의 탈북이 ‘유인납치’임을 주장하는 코너를 신설해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태영호 공사의 경우 북한의 빨치산 가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전면 공격에 나설시 오히려 체제 균열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대체적인 견해다.

집단탈북자들의 경우 중산층 이상의 성분이 좋은 집단이긴 하나 일반인인데다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북한의 주장에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북한이 억지 주장을 펼칠만한 소지가 있었지만, 태 공사의 경우 출신 자체가 최고위급 인사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구조적 불안정성을 드러낼 수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본보에 “태영호 공사의 경우 김정은 정권의 핵심인 빨치산 가문의 ‘황족’급 인사로 일반인인 집단탈북자들과는 달리 신상을 공개하며 구구절절 비난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측에서 공개했으니 침묵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김정은 입장에서 빨치산 2세대에 대한 보복성 숙청이나 5차 핵실험 등 무력시위를 통한 내부결속 등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빨치산 혈통에 대한 숙청은 오히려 김정은 체제의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빨치산 혈통의 경우 김정은 체제를 구성하는 최측근인 만큼 숙청이 권력구조에 구멍을 내거나, 다른 빨치산 혈통들이 걷잡을 수 없이 동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 원자력연구원이 최근 플루토늄 생산 재개 사실을 밝힌 것도 태영호 공사의 망명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우연히도 태영호 공사의 국내입국사실이 공개된 시점에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면서 “망명 사실은 이제 공개됐지만 태영호 공사는 이미 상당한 시일 이전에 들어왔을 것이고, 북한 역시 이를 인지한지 오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이 태영호 공사의 망명에 대해 집단탈북자들과는 달리 오히려 함구하거나, 최근 잇따라 망명 사실이 확인된 북한 정찰총국 출신의 북한군 대좌, 장성급 인사들과 한데 묶어 ‘배신자’로 강하게 비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정부는 북한이 태영호 공사의 귀순에 대해 아직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을 두고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탈북이 발생한다고 해서 북한이 반드시 반응을 보인다는 그런 것은 없다”면서도 “북한도 내부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또 태 공사의 귀순이 ‘한국 정보당국의 모략’이라는 북한 관계자의 주장에 대해 “자발적으로 (한국에) 갔다고 하면 자기 체제에 대한 비하, 패배감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남쪽이나 다른 유혹에 빠져서 갔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인 18일 통일부 당국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태영호의 북한 내 위상을 볼 때 북한이 따로 반응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탈북자 전부를 엮어 ‘인간 쓰레기’, ‘오물’, ‘말종’ 등으로 이야기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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