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은 한완상, 원희룡은 손학규…여권도 딴판짜기
'한완상 영입' 남경필·'손학규 회동' 원희룡·'서진정책' 이정현
보수·진보 넘어 제3지대 구축? "대권잠룡 몸집 불리기에 그칠 듯"
'한완상 영입' 남경필·'손학규 회동' 원희룡·'서진정책' 이정현
보수·진보 넘어 제3지대 구축? "대권잠룡 몸집 불리기에 그칠 듯"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고, 안 전 대표는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에게 손을 내밀었다. 최근 야권 잠룡들의 두 차례 만남은 야권의 대선 '새판짜기' 흐름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번엔 여권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진보진영 원로인 한완상 전 부총리를 영입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손 전 고문과 조찬회동을 했으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제2의 'DJP 연대'를 꺼내들었다.
한 전 부총리는 다음 달 6일 경기도 산하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에 임용될 것으로 본보가 25일 확인했다. 한 전 부총리는 지난 23일 마감한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에 단독 응모했으며, 도는 규정에 따라 재공모를 거쳐 추가 응모자를 접수받는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인 '햇볕정책'을 김영삼 정부에서 통일부총리를 지냈던 시절 처음으로 제시한 인물이다. 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지지 그룹이었던 '담쟁이 포럼' 대표를 지냈고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때 경기도교육연구원 초대이사장을 맡았다.
특히 한 전 부총리는 남 지사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교류가 있었던 인물로, 남 지사가 수차례 직접 영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이변이 없는 경우 한 전 부총리의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 도지사는 앞서 지난 4월 한 때 '안철수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경기도 평생교육진흥원의 도민 교육프로그램인 지무크(G-MOOC) 추진단장으로 영입했다. 또 과거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이성권 전 의원을 포함해 젊은 실무진들도 경기도로 모여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남 도지사의 대권행보에 가속도가 붙을 뿐더러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제3지대'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의 또다른 잠재적 대선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을 만났다. 손 전 고문을 중심으로 친박이나 친문이 아닌 중간지대 인사들이 더민주, 국민의당 등 기존 야당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규합될 수 있다는 '제3지대론'이 거세지는 시점에서다.
지난 24일 원 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손 전 대표님이 제주에 오셨다가 오랜만에 식사 함께 했습니다. 경제, 노사관계, 청년 등 여러 의견 나누는데 시간이 부족하군요. 추석 지나면 칩거 마치고 몸을 던지실 것 같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에 들른 손 전 고문이 먼저 연락을 해와 오전 7시께 제주시 한 음식점에서 조찬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을지훈련 등 일정으로 인해 1시간 남짓 이뤄졌다.
원 도지사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006년 민생탐방 때 인연도 있고 강진에서 오랜 기간 칩거하면서 지낸 근황 등이 궁금했지만, 일정상 오늘 아침에야 만나게 됐다. 손 전 지사의 그간 정리해온 많은 생각을 듣는 시간이 됐다"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꺼렸다. 손 전 고문 측도 지난 2006년 손 전 고문이 민심대장정을 할 때 원 지사가 부분적으로 결합해 함께 일정을 소화할 정도로 친밀한 관계라 제주도를 들른 김에 만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 선출 이후 '호남 표심 흡수'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제 2의 'DJP 연대'를 꺼냈다. 그는 "과거 (1997년 대선)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겠느냐"며 "호남의 기존 정치세력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1996년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새정치국민회의가 79석,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자유민주연합이 50석을 얻자 이듬해 연대를 통해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한 것을 응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민주의 틈을 비집고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만든 국민의당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가 지역구도 극복이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고 계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동안 주춤했던 '반기문 대망론'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새누리당이 충청권 주자를 영입해 호남권과 함께 충청권에서도 지지세를 확장한다면 기존 지역구도로 치러진 대선과는 확연하게 다른 구도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여기에다 새누리당의 핵심 지지층인 TK표가 결합된다면 대선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반기문 대망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핵심 논리다.
하지만 아직까지 여권발 새판짜기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대권 잠룡들의 몸집 불리기 용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엄 대표는 "'제3지대론' '중간지대 플랫폼' 등 새판짜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남·원 도지사 같은 사람들이 직접 당을 나와서 제3지대로 가야한다"며 "깃발이 될만한 인물들이 총대를 메야 하는데 현 여당 사정을 보면 아직은 새판짜기가 가시화되는 것은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