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전교조·민주노총…노동조합이 흔들린다?
내부 분열 겪는 전교조, 민주노총은 지도부 부재에 잡음까지
"한국 노조, 노동운동 기본정신에 정면으로 반해…흔들릴 수밖에"
내부 분열 겪는 전교조, 민주노총은 지도부 부재에 잡음까지
"한국 노조, 노동운동 기본정신에 정면으로 반해…흔들릴 수밖에"
한국 노동운동의 축으로 불리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도부의 부재를 비롯해 전략에 대한 구성원 간 이견으로, 전교조는 법원의 법외노조 판결 이후 내부 분열을 겪으며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노동운동 조직이 지닌 구조적인 모순과 강성일변도의 투쟁 방식이 위기의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결국 사퇴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은 “투쟁 국면에서 위원장의 부재가 장기화하면서 지도력 공백 등에 대한 우려가 사퇴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14년 위원장 선거 당시, 조직과 투쟁을 강조하고 총파업을 약속하며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이에 그는 20년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으로 직선 위원장에 당선, 조합원들의 상당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 그가 옥중에서 사의를 표명하면서 현재 민주노총 지도부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 한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해왔던 최종진 수석부위원장과 이영주 사무총장이 동반 사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조직력을 앞세워 투쟁에 나섰던 민주노총이 지도부 부재 상황에 위기를 맞고 있는 데다, 내부에서는 정치전략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당선 직후 정책대의원대회를 만들었고,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략을 주요 의제로 내걸었다.
그러나 지난 22일 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정책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의 정치전략을 두고 내부에서 이견이 노출됐다.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주도 진보대통합당 건설 △내년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방침 결정이라는 두 가지 안을 두고 장시간의 토론을 벌였지만 끝내 결론짓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이 핵심 의제로 내건 정치전략 논의가 찬반 갈등으로 인해 제대로 실현되지 않은 상황도 사퇴 배경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도부의 부재와 내부 의사조율의 실패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민주노총과 함께 노동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던 전교조 역시 조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전교조 지도부 출신 조합원들이 새 교원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창립 27년 만에 내부 분열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해직교사를 조합원으로 두는 문제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와 법적 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법원의 법외노조 판결을 받게 된 것이 내부 분열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전교조 전 지도부로 구성된 ‘교육노동운동 재편모임’(재편모임)은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민주주의와 교육발전에 헌신해 온 전교조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온 우리는 오늘에 이르러 전교조가 대중성과 민주성, 진보성을 상실하며 퇴행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새 교원노조 설립 의지를 밝혔다.
현재 재편모임은 김은형 전교조 전 수석부위원장과 이용관 전교조 전 정책실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까지 약 100명의 회원을 모집한 상태로, 이 가운데 70~80%는 기존의 전교조 조합원들로 알려졌다. 현재 전교조 지도부와 비교해 온건한 기조를 가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기존의 전교조 운동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이들은 일단 올해 안에 서울지역 교원노조를 출범시키고, 이후 전국 노조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 노동운동의 축으로 불리는 이들 두 단체의 위기와 관련,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2일 본보에 “지금 한국의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보편적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지불능력이 있는 기업의 종업원으로서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을 높이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며 “이렇듯 노조가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보니 사회적 고립을 계속 당해왔고, 그것이 지금 임계점에 도달해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자조정신과 근로조건의 표준을 확산시키는 노동운동의 본령이 왜곡된 한국의 노동조합은 조직적으로도 이념적으로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에 내부적으로 소위 보수정권의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자는 강경파와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온건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산업차원의 근로조건을 기본적으로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것인데, 한국의 노조는 이러한 노동운동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기본 본령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노조는 계속 고립화돼 결국 소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두 집단 모두 강성 지도자들이 조직을 이끌게 되면서 강약조절에 실패하고, 활동 역시 강성일변도로 가다보니 내부 균열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며 “투쟁의 수위나 활동의 취지에 대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결국 분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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