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로 '우선 멈춤' 정쟁, 누구에게 유리할까
우병우, 사드 등 다양한 추석 반찬거리 존재
연휴후 "민심 수습" vs "민심 악화" 의견 양분
국내외적 정치 현안이 여전히 미완인 상황에서 5일 간의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연휴 이후엔 정권이 마지막을 향해 가며 본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예상되는 가운데 추석 이후 여야 국면은 어떻게 흘러갈 지 관심이 모아진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 다가오지만 여전히 정국은 꽉 막혀 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혐의 사태,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악화된 한중 관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서별관 청문회) 등의 이슈를 두고 정국은 사실상 파행에 가까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8일 우 수석이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정감사의 일반증인으로 채택되자 청와대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수개월째 언론이 지탄해도 차관급 인사인 민정수석이 버티고 있다.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성토했고,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비대위원회의에서 "운영위는 우 수석이 나오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 수석이 쉽게 국감장에 나올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역대 정부에서 민정수석은 업무의 특성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고 여야는 대부분 이를 용인했다. 이번에도 우 수석은 불출석 사유서를 낼 것으로 보이나 야당이 계속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사드 역시 난제다. 제3사드배치 후보지 선정에 반대하고 있는 경북 김천시 사드배치반대투쟁위원회는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고 야당은 계속해서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인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추석 상차림에 어떤 이야기가 올라가는 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국 각지에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형성되는 '추석 밥상 민심'은 추석 이후 시작되는 연말 정국에 반영될 수 있어 여야 모두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판을 짜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요즘 정국을 보면 야당이 청와대를 몰아붙이는 상황이고 청와대는 어떻게든 현재 정국을 전환시키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여당과 청와대는 추석 연휴가 정국을 전환하는 하나의 모멘텀이 되기를, 야당은 추석 상차림에 우 수석이나 사드와 같은 정권에 불리한 이슈들이 등장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이후 우병우 묻힐까? 레임덕 돌입할까?
대체로 전문가들은 추석 정국이 청와대에 불리한 이슈를 수면 아래로 내려 보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권 말기에 정무수석이 공백은 검찰의 사정정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청와대 입장으로서는 추석을 계기로 국면 전환을 통해 우 수석 이슈를 잠식시키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수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에 "추석이라는 모멘텀은 청와대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야당은 추석 밥상에서 우 수석 이야기가 확산되길 기대하겠지만 이제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 종편에서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집권 4년차에는 매번 정권의 비리가 터져 '000 게이트'라는 말이 붙곤 했는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검찰을 다룰 수 있는 민정수석의 존재가 중요하다"며 청와대가 더 이상 이 이슈가 불거지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로 우 수석 관련 의혹을 보도한 조선일보와 연루돼 있는 박수환 뉴스컴 대표는 현재 구속된 상황이지만 워낙에 정·재계 마당발로 알려져 있어 정권의 치부를 들춰낼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만약 이러한 시선이 사실로 드러나고 박 대표가 검찰을 향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된다면 정권은 말기에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권에서는 검찰을 휘어잡을 수 있는 존재를 잃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하지 않을까하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본보에 "추석 이후 국면은 청와대에 유리할 것으로 본다. 우 수석 문제가 오래 이어진 만큼 추석을 기점으로 사그라들지 않을까 한다"며 "사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청와대로서는 추석 밥상에 오를 수 있는 온갖 악재들이 다 발생한 최악의 상황"이라며 "납득할 만한 조치가 사전에 행해지지 않는다면 민심이 급속히 악화될 것"이라고 향후 정국이 청와대에 불리할 거라고 내다봤다.
엄 소장은 "과거엔 대통령이 외국 순방을 갔다 오면 긍정적인 뉴스가 보도 되면서 지지도도 오르는 등 좋은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며 "명절 연휴는 민심이 바뀌는 풍향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청와대로서는 민심을 더욱 잃지 않기 위해서 우 수석 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서 하루 빨리 실행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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