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막고 고성 "중국 가버려라" 애착 아닌 민폐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10.28 10:04  수정 2016.10.28 10:08

울산 팬들, FA컵 패배 후 지하주차장서 버스 가로막고 고성

물리력 행사하는 집단행동 잦으면 '갑질' 비난 들을 수도

울산 팬들의 도 넘은 항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울산 현대

울산이 FA컵 준결승에서 패하며 탈락했다.

울산은 26일 울산월드컵경기장서 펼쳐진 ‘2016 KEB하나은행 FA컵’ 4강전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1-3 패했다. 수원은 부천FC를 1-0으로 누르고 올라온 서울과 결승에서 만나게 됐다. 사상 첫 FA컵 ‘슈퍼매치’ 성사로 축구팬들의 기대는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FA컵 우승으로 유종의 미를 노렸던 울산으로서는 아쉽게 됐다. 울산은 전반 코바의 페널티킥으로 1-0 앞섰지만 후반에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하지만 이날 패배보다 울산의 속을 쓰리게 한 것은 일부 서포터들의 행태였다. 후반 역전을 허용하고 수원의 승리로 기울면서 울산 서포터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일부 팬들은 그라운드로 이물질을 던지기도 했다.

급기야 경기 후에는 수십 명의 울산 팬들이 경기장 지하 주차장에서 이동하는 울산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거칠게 항의했다. 결국, 울산 윤정환 감독이 나서 팬들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일부에서는 윤 감독에게 야유와 고성을 퍼부었다.

몇몇 팬들은 윤 감독의 최근 해외 진출설을 거론하며 “돈 많이 주는 중국이나 일본으로 떠나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비록 패배했지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선수단이나 감독에 대한 격려가 없는 씁쓸한 장면이다.

최근 K리그에서는 구단이나 감독의 팀 운영에 불만을 품은 팬들의 집단행동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경기 후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고 공개 면담이나 해명을 요구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물론 좋게 보면 팀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고, 때로는 긍정적인 충격 효과로 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빈번하거나 명분 없는 집단행동은 오히려 축구문화를 어지럽히고 자신이 사랑하는 팀의 사기와 자존심도 떨어뜨리는 민폐가 될 뿐이다.

울산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상위 스플릿 진출에 성공해 4위에 올라있으며, FA컵에서도 준결승까지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2012년 아시아 정상까지 호령했던 과거의 명성에 비하면 부족한 감이 있지만, 심각하게 부진하다거나 저평가를 받을 정도의 성적도 결코 아니다. 더구나 FA컵은 전통적으로 울산이 약했던 대회로 올해까지 준결승에 10회 올랐지만, 1998년을 제외하면 결승무대를 밟은 경험도 없다.

사실 일부 울산 팬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윤정환 감독의 수비적인 경기운영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울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정남이나 김호곤 전 감독도 수비 중심의 실리적인 경기운영을 추구했지만 꾸준한 성적으로 불만을 잠재워왔다. 하지만 조민국 전 감독에 이어 현 윤정환 감독 체제에서 울산의 성적은 기복이 심해졌다.

올해는 간판스타 김신욱을 전북으로 떠나보내고 좀 더 윤 감독 전술에 어울리는 팀으로 선수구성과 색깔이 바뀌었음에도 중요한 경기마다 공수 양면에서 특색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에 따른 불만이 누적돼 터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않다고 해서 팬들이 틈만 나면 물리력으로 선수단과 감독을 압박하고 감정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관행은 팀을 사랑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어떤 지도자가 오더라도 자신의 소신대로 팀을 운영할 수 없다. 자칫 “팬이라는 지위를 악용한 갑질”이라는 지적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준목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