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시국선언 “거국내각 먼저", "대통령 하야부터”
새 총리 내정에 “총리 바뀐다고 국난 타결 안돼” 한 목소리
총리 인선에는 “총리 바뀐다고 국난 타결 안돼” 한 목소리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이후 각계 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가비상사태를 극복하자고 외치지만, 거국내각을 먼저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뉘었다.
2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초당적인 거국내각 구성으로 국가비상사태를 극복해야 합니다’라는 제하로 국가안보와 민생안정을 바라는 종교·사회·정치 원로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박관용 제16대 국회의장 외 4명의 전 국회의장과 박남수 한국종교연합 상임대표 외 5명의 종교계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 외 10명의 시민사회계 대표 등 22명의 각계 원로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사적인 국정운영으로 권력은 사유화하고, 국가기강을 무너뜨림으로써 대한민국 헌법의 근간을 흔들었다”며 “국민의 불신과 분노, 배신감과 절망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먼저 초당적인 거국내각을 신속히 구성해야 한다”며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고, 거국내각은 새 총리의 책임 하에 국가운영을 안정시키고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초당적인 거국내각 구성을 위해 결단하고 모든 국정운영을 거국내각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고, “새누리당은 청와대에 맹종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것을 통감하고 거국내각 구석에 적극 협조하라”고 덧붙였다.
또한 야당을 향해 “국가 비상사태를 당리당략으로 이용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국정 정상화에 적극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11시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의 ‘헌정파괴와 국기문란을 야기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전국교수연구자 시국선언’이 있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만 5일 동안 2234명의 교수·연구자들이 참여했다.
민교협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권력사유화와 국정농단의 실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비선실세 사건의 본말을 보면서 참담함과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며 “국민들은 저 범법자들에게만 분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상조차 어려운 사태가 벌어지는 동안 당리당략만을 추구하며 민주주의를 허구화해온 여야 보수정치에도 절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당들 사이에서 논의되는 거국중립내각은 이미 존립이 불가능해진 박근혜 정권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만 챙기려는 반국민적 책동”이라며 “국회는 국정농단 사태를 철저하게 파헤칠 수 있도록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청문회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즉각 동원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참회하는 자세로 스스로 모든 진실을 밝히고 최고공직자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일갈하며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부터 청와대 앞인 청운동주민센터까지 행진하는 동안 “박근혜는 물러나라 하야하라 퇴진하라”고 외쳤다.
이날 오후 1시에는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선포가 있었다. 57개 대학 학생회 및 청년단체는 시국회의 선포문을 통해 “정유라가 교수님과 학칙을 바꾸며 권력의 특혜를 받을 때 대학생들은 강화되는 경쟁 속에 수많은 밤을 샜고, ‘일자리가 많은 중동, 오지로 가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분노했다.
학생들은 “온 국민이 현 사태에 분노한 것은 최순실이라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박근혜 정권의 4년 속에 축적되어 왔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며 “대학생 시국회의는 11월 3일 동시다발 학내 문화제를 개최하고 5일에는 전국대학생 시국대회, 12일에는 민중총궐기, 청년총궐기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 단체 모두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새로운 국무총리로 지명한 사안에는 유사한 의견을 보였다.
박남수 한국종교연합 상임대표는 원로들의 시국선언에서 “원로들이 바라는 거국내각이란 여야가 합의하고 국민이 합의하고 이 어려운 시국을 이끌어나갈 합의있는 내각”이라며 “단순히 총리나 장관이 교체되는 것이 국난 타결을 위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국교수연구자 시국선언에서 허상수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 소장은 “오늘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를 총리로 인선했다고 들었다”며 “참여정부 시절 교육부 총리로 인선됐으나 표절 논란으로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한 인물이 총리로 임명된 것에는 학계의 한 사람으로서 연구윤리 자정노력이 부족했다는 일말의 책임감도 느낀다”고 지적했다.
최은혜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전국대학생 시국회의 선포식에서 “국민은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청와대는 총리를 새로 임명했다”며 “지금 진상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최순실이 또 나타날 것이다. 바뀌어야 하는 것은 총리나 비서가 아니라 박근혜”라고 소리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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