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폐당폐족 하자" …고성 터진 새누리 회의장
정진석, 분당 막기 위해선 이정현 대표 물러나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새누리당은 쑥대밭이 된 모양새다.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의원 간 고성이 터져 나오며 최근 험악한 당 분위기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전날) 대통령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달라는 이정현 대표의 말씀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온 세상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팔매질을 하더라도 날아오는 돌을 내 몸으로 막아내겠다는 이 대표의 진심을 믿는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은 바른 선택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가 어제 사퇴 거부를 선언한 이후 저는 많은 의원들을 만났다. 공공연하게 분당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며 "만일 당이 분열한다면 박 대통령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선 "우리 국민들은 권력의 오만을 용서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라며 "민심은 언제라도 성난 파도로 돌변해 배를 전복시킬 수 있다. 이 성난 파도를 잠재우기 위해 대통령과 우리당은 겸허하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전기요금 누진제' 등에 대해 발언했고 회의는 곧바로 비공개로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장 문틈 사이로 의원들 간 고성이 새어 나오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임을 직감케 했다. 고성은 약 5분 간 이어졌고 "하태경 의원"이라는 단어가 회의장 밖까지 들렸다.
비공개 회의 종료 이후 문 밖으로 나온 참석자들에 의하면 논쟁은 하 의원이 앞서 출연한 'MBC 라디오'에서 한 발언으로부터 시작됐다.
하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 스스로 폐당폐족을 하고 그리고 그 이후에 당을 해체하는 절차를 밟는 것이 지금 우리 당이 국민들한테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새누리당 스스로 당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센 발언을 쏟아냈다.
하 의원은 "당 해체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본질이고 그러면서 탈당 문제를 굳이 할 필요조차 없다. 당 청산절차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가진 자산들은 국고로 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지금은 청와대도 그렇고 여당도 그렇고 국민들한테 항복 선언을 해야 되고 야당의 요구조건을 조건 없이 다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야당의 주장을 받지 않으면 그 다음에 남는 선택지는 하야와 탄핵 중에 양자택일하는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야당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더 최악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박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하 의원의 강도 높은 발언에 일부 의원들이 반발을 한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했던 박명재 사무총장은 취재진에 "하 의원이란 사람의 지나친 주관적인 애당심이 때로는 당을 망칠 수 있다"며 "모두가 자제하고 신중하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야 할텐데 자기 의견만이 진리인 것처럼 저렇게 얘기하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최순실 사태'에 지도부뿐 아니라 원내지도부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가 다른 의원들의 톤 높은 반발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염 수석대변인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서 국정감사 등 우리가 대처하는 게 반성하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정도(로 말했다)"며 "지금은 부족한 것을 건드려서 부각시키는 것보다는 수습을 하고 하나가 된 뒤 고쳐나가야 한다는 톤 높은 반박이 있었으며 의원들 간 성향이 다른 건 인정하고 조절하면서 서로 대화하자고 정리가 됐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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