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선친처럼 '호모 티모시쿠스' 인가
<기고> 국민 여론은 언론보도만 믿고 재판 끝내려 하나
현생인류로 알려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생각하는 인간)가 약 수십만 년 전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거주하는 물리적 환경이 바뀜에 따라 진화를 거듭하면서 수십 개에 이르는 다양한 변종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호모 데멘스(Homo demens: 광기의 인간), 호모 에로스(Homo eros: 성애적 인간), 호모 에티쿠스(homo ethicus: 윤리적 인간), 호모 듀플렉스(Homo duplex: 이중적 인간), 호모 사이버네티쿠스(Homo cyberneticus: 온라인에 연결된 인간) 등이다. 심지어는 호모 코레아니쿠스(Homo coreanicus: 한국적 인간)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인 나는 현 시국을 보면서 호모 코레아니쿠스를 '이익'과 '기개'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호모 인터레스티쿠스! 대체로 사람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그래서 사람의 행동을 보면 그의 생각과 동기를 알 수 있다. 매우 극단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추구했던 대표적 사람이라면 이완용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현 시국에 참여하거나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 많은 사람들도 어쩌면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옳고 그름을 따지더라도 결국은 자기 이익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명분과 정의는 언제든지 자기 이익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호모 티모시쿠스! 다소 희귀하기는 하지만 사람은 가끔은 숭고한 뜻과 고결한 명예를 지키기 위해 열정적으로 행동하며, 목숨을 초개(草芥)같이 버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람이 유관순 열사, 안중근 의사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이들은 왜 목숨을 걸고 나서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류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러한 사람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철학적 소신을 소명으로 받아들인 나머지 “악법도 법”이라는 역설적 교훈을 남기고 독배를 들었기에 전형적인 티모시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 사후에도 인류 역사에서 갖은 범죄와 부조리와 비리가 사라지지 않은 채 '인간이란 천성이 악한 존재'라는 것이 입증되자 “내가 이러려고~”라는 두 번째 독백을 남겼을 것 같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그런 현실을 알아차린 것인지 아니면 모자라는 사람들과의 논쟁 따위에 목숨을 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는지는 몰라도 자신이 발견한 명백한 사실을 부정함으로써 인터레스티언의 계보에서 한 획을 그었다. 그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후세들은 “그래도 지하수는 흐른다”는 말로 화답하고 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PP1)은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말로 유명하다. 비록 군사력으로 정권을 잡기는 했으나, 일제 36년 수탈과 6.25 전쟁으로 황폐화된 나라를 ‘개발독재’라 불리는 경제정책과 새마을운동으로 재건하여 오천 년 한민족의 역사에서 가장 부강한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하는 토대를 닦았다. PP1은 기개와 열정이 넘치는 한편 특유의 소탈함과 부정축재가 없었다는 점으로 볼 때 호모 티모시쿠스로 보아야 할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PP2)은 말수가 적고 고집이 센 것(그런 것 같다)은 선친을 닮은 것 같다. 그것이 때로는 소통의 부족으로 보일 수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어차피 만날 일도 없기에 소통 따위는 모르겠고, 말잔치로 끝날 립서비스보다는 그저 대한민국을 내실 있게 잘 이끌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호모 인터레스티쿠스이다.
PP2는 PP1보다는 못하다는 평이 있지만 적어도 최SS 사건에 연루되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면 그런 평가는 좀 더 미루어야 한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이념적 정체성 위기를 극복해야만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PP2는 전대에서 감히 손을 못 대던 일들을 해내고 있다. 이석기 사법처리 및 통진당 해산, 한상균 사법처리, 전교조 정치적 중립의무 준수 요구, 국정교과서 추진, 개성공단 철수, 김영란법 시행 등이 그 사례이다.
정치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진다면 이처럼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워 반대세력을 만드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즉, 소명의식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래서 최SS 사건에 연루된 정도가 적어도 부정축재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의 선친처럼 호모 티모시쿠스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라는 각오는 해야 할 것이다. 반면에 지금이라도 “내가 이러려고~”라는 생각으로 적당한 선에서 현실과 타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과는 달리 현실은 척박하다. 대부분의 언론은 PP2에 대한 재판을 끝낸 듯이 부정축재자로 몰아가는 것 같다. 백척간두에 선 북한이 ‘대남지령’ 같은 보도를 연일 내보내는 가운데 좌경세력이 시위대 속에서 그 바람을 잡고 있는 듯하다. 일부 교수들이 비리 사실 여부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접어두고 시국선언을 하는 가운데 많은 학생들과 노조원들이 거리에 모이고 있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건전한 시민들의 참여는 그들의 본의와는 다르게 오용되는 점도 있다. 일부 정치꾼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숟가락을 얹고 있다. 그들의 행동은 이익을 위함인가 정의로운 기개인가?
검찰수사는 정직해야 하고 특검도 해야 한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나 갈릴레이에게도 주어졌던 재판의 기회가 공평하고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정의이고 국민의 이익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 여론은 그런 법절차를 무시하고 언론 보도만 믿고 재판을 끝내려 한다. 말 그대로 지금 대한민국은 인민재판, 마녀사냥 중이다. 드레퓌스 사건이 자꾸 연상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본 모습이라면 희망이 없다. 언젠가는 당신도 그렇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호모 인터레스티쿠스인가, 호모 티모시쿠스인가? 호모 코레아니쿠스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글/김민석 세종대학교 국방시스템공학과 초빙교수·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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