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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피즘’ 한국 대선에도 영향 미치나


입력 2016.11.11 05:13 수정 2016.11.11 05:13        고수정 기자

기득권 불만 자극하는 '새정치' 후보, 순간적 열광은 받을 듯

양당 체제·지역주의 탓에 '찻잔 속 태풍' 그칠 거란 분석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아내 멜린다 트럼프가 뉴욕 맨하탄의 트럼프 타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고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기득권 피로 자극한 '새정치' 후보 순간적 열광은 받을 듯
양당 체제·지역주의 탓에 '찻잔 속 태풍' 그칠 거란 분석

미국의 차기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현상, 이른바 ‘트럼피즘(Trumpism)’이 대통령선거를 1년여 앞둔 한국에도 상륙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은 “그렇지 않다”였다. 한국도 미국처럼 거대 양당 체제이지만, 지역주의가 보다 팽배하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그간 새 정치 돌풍은 ‘찻잔 속 태풍’에 그쳐왔다.

막말과 성(姓) 논란으로 미국 주류 언론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트럼프의 승리는 유권자들의 변화와 개혁 열망이 표에 대거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극화와 삶의 질 저하, 소수의 정치 기득권층이 장기 집권하는 동안 쌓인 국민의 피로와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설적인 화법으로 자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트럼프에 열광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트럼피즘’이다.

이러한 현상은 투표함을 열기 전부터 한국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예고됐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신(新) 고립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 때문에 외교·안보·경제 분야 등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 분야에도 마찬가지다. 소외계층의 요구를 직설적으로 대변하고 기득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자극하는 ‘리더십’이 내년 대선을 강타한다는 것.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정치 기득권 세력에 대한 분노가 치솟고 있고, 국정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트럼피즘’과 맥을 같이 하는 후보, 즉 ‘새 정치’를 주창하는 후보가 국민의 기대치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형 트럼피즘’이 열광은 받을 수 있어도, 순간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0년 간 한 정당에서 정권을 잡아 기득권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과 변화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정치 인식이 미국보다 보수적이라는 점에서다. 비교적 정당과 상관없이 인물에 표를 던지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특정 정당에 대한 표심이 특정 지역에 기반돼 나온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아 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미국의 경합주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같은 지역이 적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는 충청권이라고 할 수 있다. 영남과 호남은 각각 보수 정당, 호남은 진보 정당에 표를 행사해 ‘텃밭’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실제 ‘새 정치’를 주창하며 나선 인물, 즉 제 3지대형 인사들은 전부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대표적으로 15대 대선의 박찬종 전 의원, 17대 대선의 고건 전 총리, 18대 대선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다.

박 전 의원은 대선을 15대 대선을 1년 여 앞둔 1996년 6월까지 2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여권 내 1위 주자였다. 하지만 주류의 지원 부족으로 인한 지지층 결집 실패로 이듬해 7월 대선 후보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고 전 총리도 17대 대선을 1년 앞둔 2006년 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고 총리 기용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인사”라고 하자 지지율이 떨어졌고, 그는 이듬해 1월 대선을 포기했다. 안 전 대표도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과 2012년 18대 대선에서 ‘안풍(安風)’을 몰고 왔지만, 결국은 도중 하차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10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미국과 달리 새 정치 돌풍을 일으킨 사람들이 선거 마지막에 고배를 마시는 이유는 선거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미국과 달리 지역주의가 강하고, 유권자가 경쟁 당의 후보에 투표하려면 그만큼 충분한 설명과 설득, 마땅한 계기가 있어야 옮겨간다. 표심이 쉽게 움직이지 않고 미국에 비해 스윙 보터가 현저하게 적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의 당선 요인은 공화당의 조직적인 파워가 아닌 트럼프의 ‘캐릭터’”라며 “한국 유권자는 인물보다는 지지 정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트럼피즘’이 한국 대선에 적용될 것으로 보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제 3지대가 필요하다는 건 모든 진영에서 느끼지만, 한 표라도 많이 받으면 승리하는 단순 대표제인 한국의 대선 특성상 제 3지대는 힘을 받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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