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예린이 일으킨 나비효과...월콧·산체스도 펄펄

데일리안 스포츠 = 박시인 객원기자

입력 2016.12.11 17:46  수정 2016.12.11 18:43

스피드 베예린 복귀하자 윌콧 산체스 살아나

리버풀전 패배 후 14경기 연속 무패...선두 도약

아스날 베예린의 가세는 월콧마저 춤추게 했다. ⓒ 게티이미지

아스날 오른쪽 풀백 엑토르 베예린(21)이 일으킨 나비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아스날이 베예린의 활약에 힘입어 스토크 시티전에서 다득점 승리를 거뒀다. 아스날은 11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 시티와의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홈경기에서 3-1로 역전승했다.

이로써 아스날은 10승4무1패(승점34)를 기록하며 첼시와 승점과 골득실(+21)에서 같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날 아스날은 전반 중반까지 공격에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스리백을 기반에 두면서도 에릭 피터스, 마메 비람 디우프를 후방으로 내려 5명의 수비 라인을 형성하고, 4명의 미드필더로 저지선을 구축한 스토크 시티의 수비진은 매우 단단했다.

심지어 아스날은 전반 25분 센터백 쉬코드란 무스타피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아웃된 것을 시작으로 전반 29분 찰리 아담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무스타피 대신 베예린의 교체 투입과 동시에 답답했던 아스날 공격은 180도 바뀌었다. 베예린의 폭발적인 스피드와 공격 가담으로 스토크 시티 수비진은 흔들렸으며, 전반 42분 천금같은 동점골로 결실을 맺었다.

알렉시스 산체스가 수비 4명 사이로 절묘한 패스를 넣어줬고, 베예린이 이 틈을 타 오른쪽 측면으로 빠르게 침투한 뒤 크로스를 올려 시오 월콧의 동점골을 도왔다.

동점골로 기세를 올린 아스날은 후반 들어 메수트 외질, 알렉스 이워비의 연속골에 힘입어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올 시즌 아스날의 공격 전술은 오른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베예린이 오른쪽 측면에서 쉴 새 없이 올라가며 공격을 지원하는 대신 반대편에 위치한 왼쪽 풀백 나초 몬레알은 전체적인 수비 밸런스를 감안해 오버래핑 빈도를 줄인다.

베예린을 상대하는 팀들의 왼쪽 풀백들은 항상 곤욕을 치른다. 베예린의 스피드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예린은 지난달 6일 열린 토트넘과의 리그 11라운드 이후 1개월 동안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아스날은 공수에서 불안감을 노출했으며, 무게 중심은 왼쪽으로 옮겨갔다.

몬레알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오버래핑을 시도했으며, 몬레알이 결장할 땐 키어런 깁스가 특유의 공격 본능을 뽐내며 지난 바젤과의 챔피언스리그에서 2도움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베예린의 부재는 아스날에 큰 타격이었다.

아직 1995년생의 나이 탓에 수비적인 숙련도는 완성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약점을 스피드로 상쇄했다. 베예린은 상대 역습 상황에서 측면뿐만 아니라 중앙까지 넘나들며 커버하는 등 전반적인 아스날의 수비 불안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데 기여했다.

그리고 베예린의 가세는 월콧마저 춤추게 했다. 올 시즌 월콧과 베예린의 오른쪽 공격 시너지 효과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월콧이 아스날 입단 10년 만에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빠르게 공간을 파고드는 베예린이 보좌함에 따라 월콧은 다양한 선택지를 보유하게 된다. 전방에서 득점에 집중하더라도 측면 공간을 베예린이 커버할 수 있으며, 오른쪽에서 베예린에게 패스를 내주고 침투하는 움직임을 가져가거나, 직접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슈팅을 시도하는 등 올 시즌 폼이 절정이다.

월콧이 페널티 박스에서 골 사냥에 치중하는 것은 산체스와도 연관성이 있다. 아스날은 올 시즌 산체스를 최전방에 놓는 원톱 시스템을 플랜 A로 활용하고 있다.

산체스는 최전방에서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할 뿐만 아니라 공격 상황에서는 2선으로 내려와 공간을 만들거나 찬스 메이킹까지 겸한다. 이날 스토크 시티전에서 득점에 실패했지만 키패스를 무려 5개나 성공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산체스는 올 시즌 리그 15경기에 출전해 11골 5도움을 기록하는 등 득점과 도움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는데, 키패스도 경기당 평균 2.7개로 메수트 외질(2.6개)보다 높다.

산체스의 펄스 나인 전술이 성립하려면 월콧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다. 산체스가 제 아무리 페널티 박스를 비우고 2선으로 내려와도 누군가 최소 한 명은 골문과 근접한 거리에 위치해야 한다. 이러한 유기적인 움직임과 세련된 오프 더 볼을 수행할 2선 자원은 실질적으로 월콧뿐이다.

하지만 베예린의 부재시 월콧도 이러한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가져갈 수 없다. 지난 1개월 동안 칼 젠킨슨, 가브리엘 파울리스타가 베예린의 스피드와 공격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월콧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아스날은 리그 개막전에서 리버풀에 패한 이후 14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고 있다. 12월에는 박싱데이를 포함 험난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베예린 효과로 아스날의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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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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