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살리나, 대통령 구하나' …나경원 vs 정우택 빅매치
새누리 16일 원내대표 경선…계파 사활 걸린 승부
중도 성향 부동층 20~30표 장악이 승리 관건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16일로 예정돼 있는 가운데 최종 대진표가 14일 확정됐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후보에 친박계에선 정우택(4선)·이현재(재선)이, 비박계에선 나경원(4선)·김세연(3선) 의원이 각각 나서서 저마다 강점을 내세우며 동료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정우택 의원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원내대표 후보 등록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세칭 강성 친박 의원들을 만나 2선 후퇴를 권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이정현 대표 퇴진 이후에도 잔류 의사를 밝히고 있는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등 친박 지도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정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있을 때 친박, 비박이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데 친박, 비박은 맞지 않다"며 "양 계파에서 강한 색채가 있다고 하면 스스로 나와서 국민 앞에 계파청산을 약속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계파 갈등으로 민심이 악화된 것을 고려, 친박 색채를 내세우기보다 화합을 무기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충북 청주가 지역구인 정 의원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장관·도지사·최고위원 등을 역임한 바 있다. 5선 의원 출신인 정운갑 전 농림부 장관이 선친인 그는 지난 1996년 자유민주연합의 공천을 받아 충북 진천·음성 15대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1년 국민의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소속으로 충북도지사에 당선돼 지방차지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는 지도부가 윤리위원회에 친박 인사들을 보강한 것과 관련해서도 "누군가를 강제로 출당하거나, 대통령 문제도 잘못은 했지만 인격적 모독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잘한 것은 아니다"라며 중도 화합형을 지향할 것임을 강조했다.
1976년 상공부(현 지식경제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2012년 경기 하남에서 처음 배지를 달았던 이현재 의원은 "정치는 경제고 먹고 사는 문제"라며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되면 서민경제, 민생 경제, 무너지는 한국 경제를 회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비교적 합리적인 친박계로 분류되면서 친박계 내에서도 비박계를 끌어안을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내세우는 '화합'을 기치로 한 공약 역시 이들의 이미지를 감안, 친박계 내부에서 사전 조율이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나경원 "친박 후보 나와선 안 돼" 공격
반면 나경원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시국위원회의 직후 "친박 후보가 경선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보수를 만들기 위해 친박 후보가 뒤로 물러설 때"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 의원 진영을 겨냥한 공격이었다.
나 의원은 "당이 엄중한 시기에 과연 어떻게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친박 측에서 후보를 낸다는 것 자체에 대해 중도 성향 의원들이 마뜩잖게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가치에 기반을 둔 정당으로서 무너진 가치를 다시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다 같이 새로운 보수의 길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러닝메이트 김세연 의원 역시 "대한민국의 유일한 보수정당이 빠른 시간 안에 사태를 잘 수습하고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상황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들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나 의원은 부산지법, 인천지법, 서울행정법원 등에서 판사로 지내다 지난 2002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인물이다. 그는 탄탄대로를 걷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패하며 눈물을 삼켰지만 지난 2014년 7·30 동작을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돼 여의도로 컴백했다.
김 의원의 경우 나 의원에 비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다고 할 순 없지만 합리적이고 온건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부산 지역에서 5선을 한 고 김진재 한나라당 부총재 아들인 그는 18대 부산 금정구에서 당선됐고 이후 당내 혁신, 경제민주화에 목소리를 내며 쇄신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중도층을 잡아라, 승자는?
현재 당 소속의원 128명 중 친박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56명, 비박계 '비상시국회의' 44명, 이들을 제외한 중도 성향 28명 정도로 분류되고 있다. 게다가 13일 '혁통연합' 출범식에는 현역의원 37명만 참석해 친박에서 이탈한 부동표가 늘어날 수 있다. 이들 중도 성향 부동표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그 표심을 잡는 게 승리의 관건이다.
본격 경선에 들어가면 친박 측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의 실책을 인정하면서도 정권 탄생에 대한 책임감과 대통령에 대한 신의 등을 내세워 '당을 함께 재건하자'며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 의원과 이 의원은 모두 경제 부문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앞세워 표심에 다가갈 전망이다.
반면 비박 후보 쪽에선 친박 후보들이 당지도부에 다시 나서는 것은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여전히 거리의 촛불 민심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중이라 이같은 주장이 의원들에게 먹혀들 수 있다.
비박 후보들은 또 친박 측을 향해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나 의원은 지난 5월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해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석패한 바 있어 동정표에도 호소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장단점이 뚜렷해 쉽사리 결과를 예상하지 못하면서도 저마다의 이유로 한 쪽이 유리할 거라고 내다봤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1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경륜에 있어서는 정 의원이 유리하고 친근감에 있어서는 나 의원이 유리하다"면서도 "지금은 혼란한 당을 제대로 세우고 개혁 작업을 아주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때인데 그런 무게감은 정 의원 쪽이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반면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 의원은 중도 친박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등 나름의 파괴력이 있는 후보"라면서도 "큰 틀에서 보면 팽팽한 싸움으로 예상되지만 민심의 추가 친박보다는 비박 쪽으로 기운 상황이라 나 의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제1야당의 추미애 대표도 여성인 상황에서 섬세한 리더십을 어필하면 더 먹힐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2일 검찰이 이현재 의원의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경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날 하남지역 위례 열병합 발전소 건설과 관련 이 의원이 발전소 전기공사 업체 측에 부정청탁을 한 혐의를 수사 한다고 밝혔다.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 의원에게 상당한 흠집이 생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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