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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벨재단 방북보고 "한반도 긴장으로 '동포' 목숨 방치"


입력 2016.12.22 14:33 수정 2016.12.22 15:00        박진여 기자

북 매년 신규 다제내성 결핵 환자 최소 4000~5000명 발생

"정부 의약품 반출 승인 지연으로 신규환자 등록 반감"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유진벨재단 방북단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약 3주간의 일정으로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평양 등 12개 다제내성 결핵센터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유진벨재단

북 매년 신규 다제내성 결핵 화자 최소 4000~5000명 발생
"정부 승인 지연으로 올해 신규환자 등록 평소 절반 수준"

남북 경색국면 장기화로 모든 교류협력사업이 중단되면서 북한 결핵환자들의 치료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국면에서도 북한 결핵 치료에 힘써온 유진벨재단(이사장 스테판 린튼, 한국명 인세반)이 최근 방북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호소했다.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유진벨재단 방북단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약 3주간의 일정으로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평양 등 12개 다제내성 결핵센터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유진벨재단은 약 20년간 남북한의 정치를 초월해 결핵퇴치 사업을 해왔지만 올해가 유난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스테판 린튼 유진벨재단 회장은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유진벨재단 방북 특별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어려운 남북관계 속에서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있는 북한의 결핵 환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환자들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으로, 정치적 문제를 떠나 인도주의적 지원을 계속해야한다는 것이다.

남북 경색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북한 결핵 환자의 치료를 위한 재단의 의약품 반출과 방북 비자발급이 정부로부터 지연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린튼 회장은 “재단의 2016 가을 정기 방북 일정이 예정보다 한 달이 지연됐다”며 “이 때문에 올해 재단이 계획했던 1000명의 신규 환자를 등록시키지 못하고 절반 수준인 500여명의 환자만 신규 보호 대상으로 등록시킬 수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유진벨재단 방북단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약 3주간의 일정으로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평양 등 12개 다제내성 결핵센터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유진벨재단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유진벨재단 방북단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약 3주간의 일정으로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평양 등 12개 다제내성 결핵센터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유진벨재단

린튼 회장은 정부가 대북 의약품 반출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2017년 대북 지원 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거듭 호소했다. 재단은 며칠 전 내년도 첫 물품 선적을 위해 통일부에 반출 신청을 했지만 “기다려 보라”는 대답뿐 호의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과거 안정된 대북 지원을 약속받기도 했지만, 예측 불가한 남북관계로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를 따져 묻자 정부 당국자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김정은(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물어보라”는 대답이었다.

그는 “북한에서 매년 새로운 다제내성 결핵 환자가 최소 4000∼5000명이 발생한다”며 “올해 최대 1000명의 신규 환자를 등록시켜 보호하려고 했지만, (정부 승인 지연 등의 문제로) 534명밖에 등록하지 못하면서 이 질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전염성이 강한 다제내성 결핵은 조기진단과 조기치료가 중요한 만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제내성 결핵은 내성이 매우 강한 변종 결핵으로 일반 결핵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며, 환자들은 18개월간 재단에서 제공하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 외에 완치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린튼 회장은 “연초에 물품 선적이 이뤄지지 못하면 한·미 군사훈련 기간 등에 걸려 반출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약이 끊긴 환자들 사이 추가 내성이 생겨 죽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이 북한 내 중증결핵 치료의 ‘골든타임’임을 역설했다.

북한에서 다제내성결핵(MDR-TB·중증결핵) 치료사업을 하는 민간단체 유진벨재단 방북단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약 3주간의 일정으로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평양 등 12개 다제내성 결핵센터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유진벨재단

그러면서 “북한 정부가 밉다고 해서 북한 말기 결핵 환자들의 멱살을 잡을 수는 없는 일로, 정치적 상황을 떠나 기본적인 인도주의적 교류는 끊으면 안 된다”며 “물은 물이고, 불은 불인 것처럼 ‘한 집’에서 불이 났으면 다른 이해상충 문제를 떠나 함께 꺼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유진벨재단의 대북 결핵치료 사업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승인된 민간차원의 대북 인도적 지원으로 주목됐다. 재단은 거의 매년 1~2차례 북한에 결핵약을 지원하고, 북한을 방문해 결핵 검사·예방·치료 등을 전개하고 있다.

재단의 다제내성 결핵 프로그램은 방북 대표단이 진엑스퍼트(GeneXpert)기계를 사용해 환자들의 객담 샘플을 채취한 후 테스트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때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18개월간 진행되는 치료프로그램에 등록하게 된다. 이후 재단은 치료 관리를 위해 6개월마다 총 12개의 북한 내 치료센터를 직접 방문해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다음 6개월 분량의 약을 제공해왔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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