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헌 보고서' 후유증 계속 …당 지도부 중립성 논란
비주류 중진들, 추 대표 만나 징계 촉구했지만 '빈손 회동'으로 끝나
대선 경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중립성 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 저지 보고서' 파문에 대한 지도부의 솜방망이 처벌이 또다른 문제로 대두되면서, 내부 반발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아서다.
당 중진이자 비주류 그룹으로 분류되는 변재일·이종걸·정성호·이상민 의원과 이언주 의원은 이날 오전 추미애 대표를 방문해 40여분 간 지도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했지만, 아무런 접점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등을 돌렸다.
특히 이날 면담 후 당의 간판급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의 경선 캠프와 민주연구원 간 '회전문 인사'가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되면서, 내부 불신은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연구원 원장과 부원장인 김용익 전 의원, 진성준 전 의원이 그간 당 대표에게 "언제든지 문재인 후보 캠프로 가겠다"는 요청을 했다는 것이다.
이종걸 의원은 면담 뒤 기자들과 만나 "공당의 싱크탱크 원장과 부원장이 언제든지 문재인 캠프로 가겠다는 요청을 당 대표에게 했다는데, 그럼에도 두 사람을 보임하게 했다는 추 대표의 해명을 듣고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또 민주연구원장에 대한 제대로 된 징계를 촉구했지만 추 대표가 인사 문제는 최고위에서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 바꿀 수 없다고 답했다며 "문건 파동 이후 추 대표가 한 조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전달했는데도, 대표는 스스로 생각을 바꿀 것 같지 않더라"고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해왔던 변재일 의원도 이날 면담 뒤 "당의 화합을 위해 스스로에게 엄격한 정당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대표에게 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면담에는 당내 비주류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의원 모임' 소속 10여명이 참석키로 했다. 하지만 이들 중 다수가 오전 중 지역구 일정 등을 이유로 들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A의원실 핵심관계자는 "우리도 친문들 문자폭탄 안 두려워서 나온 게 아닌데, 아침에 이런저런 이유를 들면서 많이들 못 오겠다고 하더라"면서 "솔직히 중진들이 이렇게 반발해도 대표는 꿈쩍도 안 할거라는 걸 알고 있다. 막말로 탈당을 한다해도 저렇게 나올 것"이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날 추 대표가 별다른 입장변화를 보이지 않은 데 따라, 비주류 의원 그룹은 조만간 회동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주류그룹인 친문계의 영향력이 막강한 데다 지도부의 입장도 완고해 뾰족한 대안을 찾을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한편 당 진상조사위원회는 민주연구원이 '개헌저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논란과 관련해 김용익 원장의 사표 수리 문제를 추 대표에게 위임했다. 이에 추 대표는 "오해만 가지고 징계할 수는 없다"며 사표를 반려하고 연구원 자체에 기관경고 조치를 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지어 김부겸 의원 등 비문계 대선 주자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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