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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쫓던 인사들 '오리알 신세'…오세훈 하루차 모면


입력 2017.02.02 12:45 수정 2017.02.02 14:05        이충재 기자

여당 충청 의원들 탈당 '백지화'…캠프 실무진 '실업자'

오세훈 '정치낭인'될 뻔…나경원, 좌표 새로 설정해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도와달라는 얘기가 있어서 가려고 했는데...하마터면 낭인이 될 뻔했죠."

반기문 대선캠프에 합류 직전 발길을 멈춘 정치권 한 인사는 2일 이같이 말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자칫 '정치 낭인'이 될 뻔했다는 얘기다. 여권엔 "반 전 총장의 사퇴 선언이 1~2일 정도만 더 늦었다면 낭패를 볼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린 인사들이 적지 않다. 이미 반 전 총장을 돕던 인사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캠프 실무진 "할 말 잃어"…오세훈 '하루차이'로 위기 모면

반 전 총장을 돕던 캠프 실무진들은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하루아침에 '정치 실업자'가 된 상황이다. 캠프 합류를 위해 직장을 정리하고 나온 실무진의 경우 당혹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반기문 캠프를 총괄 지휘할 의사를 밝혔던 오세훈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하루 차이로 '정치낭인' 위기를 넘겼다. 오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래 예정대로였다면 오늘이 제가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마지막 회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최고위원은 이어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고 반 전 총장 캠프에서 선거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었다"며 "어제까지 캠프 인선을 마치고 오늘 최고위원회의가 끝나면 입장을 발표할 것을 협의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책 분야의 좌장이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기획‧조직‧인재 영입을 담당한 권영세 전 주중국대사도 자리를 잃었다. 자문그룹에 속한 박진-심윤조 전 새누리당 의원도 비슷한 처지다.

새누리 충청권 의원들 '낙동강 오리알' 신세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 등 충청권 의원 8명은 전날 회동해 반 전 총장 지지를 재확인하고 정기모임까지 갖기로 했지만 전격적인 불출마 선언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탈당을 미루면서 반 전 총장과의 동행을 선언한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은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당장 어중간했던 행보에서 벗어나 좌표를 새로 설정해야할 입장이다.

특히 반 전 총장이 주도하는 '제3지대' 텐트가 펼쳐지면 탈당을 결행하겠다는 여당 내 목소리도 사그라졌다. 반 전 총장을 향한 충청권 의원들의 탈당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공산당만 아니면 따르겠다"며 탈당을 준비하던 박덕흠, 이명수, 박찬우, 경대수, 이종배 등 충청권 의원들은 향후 행보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당장은 새누리당 내에서 향후 정치적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 "애초에 대거 탈당할 생각은 없었고, 신중한 모드였다"며 "탈당은 분명한 정치적 요구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없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여당 수도권-충청권 의원들의 움직임은 한동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 전 총장의 빅텐트 합류와 탈당 후 바른정당 입당 등 다양했던 선택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향후 대선구도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을 지켜보며 탈당 여부를 비롯한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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