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연장 무산에 ‘남 탓’ 난무하는 야권
공조 약속했던 국민의당-바른정당 "무조건 민주당 탓" 책임 전가
민주당 내부서도 '전략 실패' 지적 잇따라...법사위원장 압박으로 변경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위한 특검법 개정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특검이 최순실 게이트를 다시 수사할 가능성도 사라졌다. 머리를 맞대고 공조를 약속했던 야권에는 어느새 책임론만 난무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전술 실패’라는 성토도 나온다.
그간 민주당은 특검 연장 문제와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압박해왔다. 추미애 대표는 3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의장이 특검 연장 직권상정을 거부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했다. 추 대표는 지난 1일 정 의장에게 비공개 면담을 신청했고, 야4당 대표와 원내대표들과 함께 정 의장을 찾아가 직권상정을 촉구키도 했다.
지난달 28일에 이어 직권상정을 재차 거부한 정 의장은 이번에도 ‘여야 합의 우선’, ‘국회법 절차 존중’을 근거로 내세웠다. 같은 날 공식 입장문을 내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불허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도, 국민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장으로서 국회 선진화법의 기본 정신인 여야 합의를 넘어설 수는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의장의 입장이 사실상 직권상정 불가로 확실시되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특검연장을 위해선 우선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압박해야한다"며 "1차적 책임은 특검연장을 당론으로 정한 바른정당 소속 권 위원장의 책임 하에 법사위를 통과시키도록 해야 한다. 법사위에서 박지원·노회찬 의원 등을 포함한 야당이 노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날 비공개로 진행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애초부터 황 권한대행을 먼저 압박한 뒤,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 정 의장 순으로 요구를 했어야 한다며 전략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적잖이 제기됐다고 한다. 법 절차상 특검 연장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야 비로소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는 만큼, 의장의 직권상정 여부에 앞서 일단 바른정당 소속 권 위원장과의 해결이 우선이란 뜻이다.
우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왜 처음부터 국회의장 직권상정만 이야기 하느냐. 바른정당도 자기들이 책임지고 하겠다고 했으면 자기 정당 소속 법사위원장이 움직이도록 했어야 한다”며 “첫 책임은 권 위원장이고 먼저 압박을 가했어야지, 다른 데는 책임도 제대로 묻지 않고 넘기면서 의장에게만 결단하라는 식으로 해서야 되겠느냐. 절차를 지켰어야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일에 이르러서야 공개적인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법사위 야당 위원들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동 위원장은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는 특검법안을 상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견 직후엔 법사위원장실을 방문해 압박에 나섰다. 우 의원을 비롯한 홍익표·송영길 의원 등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도 같은 날 오전 특검연장 법사위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권 위원장은 불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한편 특검연장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공조 체제를 약속했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한 목소리로 “민주당 책임”이라며 책임 떠넘기기에 나섰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연장법이 2월 국회에서 무산된 것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해보려고 노력도 안 하고 특검 연장 포기 선언을 했기 때문”고 주장했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앞서 민주당이 ‘선 총리 후 탄핵’ 주장에 반대, 모든 국정의 키를 황 권한대행에게 넘겨준 탓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장도, 대통령 후보 중 지지율 1위도 민주당 소속이다. 모든 게 민주당 책임"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바른정당과 권성동 법사위원장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며 큰소리하는 것 보니 특검 연장법이 대선에 도움 안 된다고 생각했나 보다"며 "자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을 설득해서라도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국회 다수당을 차지했다고 마음대로 하겠다는 독단은 이미 대선을 승리한 듯한 오만"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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