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고심하는 김종인…‘중대 결심’ 시점 빨라지나
'정치적 파괴력' 고려해 실행할 수도
선거판에 미칠 영향력이 관건
'정치 9단'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결단' 시기에 정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이후엔 모든 이슈가 힘을 잃기 때문에, 정치적 파괴력을 위해선 '탄핵 전 결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김 전 대표의 당초 발언대로 '선고 이후' 거취를 결정할 거란 전망도 공존한다.
최근 김 전 대표는 가까운 지인들과 만나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탄핵 심판 전 탈당 및 대선 출마를 결행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고 한다. 내달에는 당 경선 결과가 나오는 점과 정치적 파괴력을 고려할 때, ‘탄핵 블랙홀’에 빠져들지 않도록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구상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와 교우가 활발한 ‘경제민주화와 제왕적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의원 모임‘ 소속 중진 의원실 핵심관계자도 6일 “킹 메이커는 아닐 거다. 출마 결심이 서야 의원직을 버리고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가 현실화할 경우엔 바른정당 후보로 나선 뒤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반문 세력‘의 중심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할 거라고도 내다봤다.
바른정당에선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대표 후보로 뛰고는 있지만, 당장 지지율에서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당초 창당 목표와는 달리 합리적 보수라 불리는 중도층 유권자를 끌어오는 데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따라서 바른정당은 정계개편을 통한 권력 분점을 목표로 후보 선출 과정에서 김 전 대표에 ‘파격적 조건’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다.
시민사회 차원의 움직임도 가시화된다. '모바일정치연합'(이하 모폴넷)은 오는 7일 '2040세대가 김종인의 생각을 묻다'라는 주제로 행사를 주최하고, 김 전 대표를 초청해 김 전 대표의 향후 행보와 정국 전망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이들은 "김종인 의원이 조만간 탈당과 대선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며 "이번 대선이 문재인 독주로 굳어질지, 김종인 의원의 탈당으로 이변이 발생할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간 김 전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때가 되면 한다. 엄한 소리 말라"는 등 확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측근들을 통해 "민주당에선 안된다"라는 메시지를 자주 건네 '곧 탈당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이미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 그룹에 장악돼 비주류로서는 이렇다 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김 전 대표는 또한 이날 오후 자신의 의원실에서 당내 비문(비 문재인)계 의원들과 한 시간 가량 만나 정국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는 변재일 의원(4선), 정성호 의원(3선) 등 4명의 비문 그룹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회동은 김 전 대표가 일부 의원들에게 연락을 취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오전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쟁과 분열이 나라를 망치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지난 1월 8일 공개 글을 게시한 이후 2달 만이다. 그는 "최근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상황을 보면서 과거 우리 역사의 교훈을 되돌아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나라는 스스로 기운 뒤에야 외적이 와 무너뜨린다'. 병자호란 때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 후 국론 분열을 미리 막지 못한 것을 한탄하며 인조가 한 말이다. 안팎의 위기가 눈앞에 닥쳤을 때 정치가 대의명분만을 따져 국민을 분열시켜서는 안 된다"며 "옳고 그름을 다 따지기도 전에 국난이 코앞에 다가와 있을 것이고, 그 대가는 국민의 피눈물로 치르게 된다"고도 했다.
정가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빅 텐트론’ 등 제3지대의 세력화가 한창인 이 시기가 사실상 김 전 대표에게 마지막 기회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김 전 대표가 탄핵 전 탈당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주변과의 상의보다는 스스로 장고 끝 결단을 내리는 김 전 대표의 성향 상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당내 공통된 의견이다.
“가시적 영향 미칠 것” vs “세 확보 어려워 탈당은 불가”
그보다는 김 전 대표의 이러한 행보가 ‘문재인 대세론’과 향후 대선 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가 핵심 사안이다. 일단 내부에선 김 전 대표와 자주 소통하는 최명길 의원 등의 동반 탈당설까지 회자된다. 이언주 의원 역시 비문계 중에서도 가까운 인사로 꼽힌다. 물론 본인은 각종 설에 대해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한 당 순회 경선 결과 문 전 대표가 호남 지역에서도 압도적 승리를 하면, 비문계로서는 더 이상 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이를 계기로 동반 탈당설에 불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대표가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과 활발히 만나고 있는 만큼, 김 전 대표가 직접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는 앞서 “킹 메이커는 더 이상 안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근에는 비문계를 중심으로 한 개헌파 의원들이 자체적으로 ‘분권형 개헌안’ 초안을 마련해 회람 중인 사실도 포착됐다. 물론 개헌파의 대표적 인사인 이종걸 의원실 관계자는 “몇 분들이 회람하는 용도로 만든 초안 정도다. 곧 우리당 개헌 의총이 예정돼 있으니, 그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언론의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이러한 움직임 역시 김 전 대표의 탈당설에 힘을 싣는 대목 중 하나다.
다만 김 전 대표의 대선 출마가 현실화되기 위해선 ‘동반 탈당’이라는 세 규합이 전제돼야 한다. 문 전 대표 측과 일부 비문계에서는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의미 있는 움직임은 맞지만, 이미 민주당의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세론을 흔들 만큼 실제 선거판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 거란 의미다.
비문계 중진 의원실 인사는 “본인이야 큰 그림을 그리기는 하겠지만, 같이 나갈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특히 지역구 의원들로서는 지금 이 시기에 나가는 게 정말 어렵다. 국민의당이 대거 탈당했던 때는 ‘공천’이 눈앞에 있던 때이지만, 지금은 다음 선거가 아직 3년이나 남았다”고 말했다. 또 “비례들도 지역구가 필요하고 공천을 받아야하는데, 동반 탈당과 문재인과 각 세우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더문캠에선 이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모습이다. 더문캠 언론 담당 관계자는 "우리는 그동안 경제민주화라는 영역에서 김 대표가 함께 힘을 보태달라고 공개적으로 말해왔다"면서도 문 전 대표를 향한 김 전 대표의 '감정의 골'이 상당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선 주도권을 잡은 상황에서 나갈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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