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으로 분열된 국론, 화합으로 이끌 방법은?
갈등 수습 1차 책임은 정치권 몫…종교계도 통합 강조
전문가들 "박근혜 전 대통령부터 승복 모습 보여야" 주문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뤄지는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대한민국의 남은 과제는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파면 결정에 불복 움직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습에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극심한 혼란과 대립, 갈등을 수습해야 할 1차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는 데 이견은 없다.
정치권은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직후 ‘국민 통합’에 한목소리를 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국론 분열 수습방안과 함께 안보와 경제, 사회 부문별 대응계획 등을 숙의했다. 대국민 담화에서도 “촛불과 태극기를 든 마음은 모두가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심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승복하기 어렵다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제는 수용하고 지금까지의 갈등과 대립을 마무리해야 한다.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 주고, 상처를 달래며 차가워진 손을 맞잡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담화문을 통해 “새로운 분열과 분란을 조장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작은 차이와 이견을 극복하고 소통과 합의를 통해 새 시대를 열어가자”며 “이 엄중한 결과에 대해 국민 모두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제는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미래를 준비할 때”라고 ‘통합’을 강조했다.
종교계의 분위기도 이와 같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정치권과 국민이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국민 통합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며 “상호 비방과 분열을 뒤로 하고 화해와 일치를 통한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도 성명서를 내고 “다소 이견이 있다더라도 헌재의 이번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 건설에 모두 함께해 나가는 길 뿐”이라며 “대립과 갈등을 봉합하고 성숙한 민주 의식을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헌재가 만장일치로 ‘탄핵 인용’이라는 결정을 한 것도 국민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선고 시작 전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뤄지는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은 물론 ‘촛불’과 ‘태극기’로 양극화된 민심이 충돌할 여지는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논쟁은 국론분열 양상을 부채질 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여야 4당 원내대표는 13일 회동해 ’포스트 탄핵’ 대책을 논의한다. 특히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국민 대통합 카드’를 통해 '통합 리더십'을 부각하고 중도·보수층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국론 분열 수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여권이 승복하는 모습을 통해 민심 수습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본보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승복 선언을 하고, 태극기 민심이 대부분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기 때문에 당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줘야 한다. 정치권에서 서로 보듬고 가는 것이 최우선 방안”이라며 “향후 개헌 시 민주주의적 통로를 제도화시키는 것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선거와 맞물려 있어 이와 연계해 분석하고 이해하다보니 분열된 국론을 수습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각은 새로운 정부가 확립될 때까지 내외적인 통치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고, 정치권도 시민사회단체 등과 국론 분열·사회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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