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패권연대-악재2] 황교안 거취 모호…기존 판도 깰 충격파 안 생긴다
‘공정 선거 관리’ 강조하면서도 출마 여부 ‘묵묵부답’
보수권 1위 주자의 모호성 땜에 여타 주자들 고전 면치 못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모호한 거취가 지속되면서 보수 진영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그의 거취를 판가름할 것으로 관측됐던 탄핵 여부가 결정 났지만, 황 권한대행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일각에서는 이로 인해 야권으로 쏠린 기존 판도를 깨고 '반패권연대'를 추진할 동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14일 현재까지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빠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던 지난 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를 명확히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때는 물론 이날 진행된 국무회의에서도 ‘공정한 선거 관리’만을 강조할 뿐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가 대선일 지정을 미루는 이면에는 황 권한대행의 막판 고심이 계속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관계 부처인 행정자치부가 ‘5월 9일’로 준비 작업을 모두 마쳐 안건상정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려져 굳이 미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임시공휴일 지정을 담당하는 인사혁신처 역시 관련 논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황 권한대행의 모호성이 계속되면서 보수 진영 대선 판도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보수 진영, 특히 자유한국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보수주자들 중 지지율 1위인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길 원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조속히 거취 표명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 권한대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보수 진영 내 다른 후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보수 진영에는 바른정당까지 합하면 출마를 공식화했거나 예상되는 주자만 10명이 넘는다. 한국당에는 황 권한대행 외에도 홍준표 경남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원유철·조경태·안상수·김진태 의원,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실장, 신용한 전 청와대 직속 청년위원장, 박판석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 등이 있다. 바른정당에는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와 함께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출마 가능성이 있다.
보수 진영은 민주당 주자들로 쏠려 있는 대선 무게추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대표 주자’를 조속히 띄울 필요가 있는데, 황 권한대행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당 경선관리위원회가 정한 경선룰을 두고 내홍에 휩싸인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예비경선 이후에도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해 본경선에 직행할 수 있어 사실상 황 권한대행을 염두에 둔 '특혜조항'이라는 지적이다.
황 권한대행의 모호성은 보수층의 선택에도 걸림돌이 될 거라는 지적이다. 5월 9일 기준으로 56일 남아 있는 짧은 기간 내에 보수층이 결집할 시간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전 대통령과 친박계의 헌법재판소 판결에 대한 불복 움직임이 강화될 경우 보수층 지지가 결집은커녕 오히려 분산돼 엎친 데 덮친 꼴이 될 거란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본보와 통화에서 “보수 진영 입장에서는 중심적인 인물이 이번 대선과 포스트 대선에서 보수층을 결집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황 권한대행에게 SOS를 치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보수가 결집하려는데 황 권한대행이 입장을 불분명하게 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 권한대행이 선거일을 지정하면서도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으면 도의가 아니다”라며 “좌고우면하는 바람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던 보수를 ‘희망고문’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에서도 황 권한대행의 모호한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파면 후 정국이 대선 국면으로 전환된 만큼 정치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황 권한대행의 역할”이라며 조속한 대선일 지정을 촉구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TBS 교통방송에서 “황 총리가 그렇게 천지분간을 못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한다”라며 “최소한의 어떤 양심과 도리를 잊지 말고 권한대행을 마무리하길 바란다”고 불출마를 촉구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