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안된다'...대한상의, 대선주자들에 ‘경제밑그림’ 고민 요청
‘공정사회-시장경제-미래번영’ 3대 틀 제안
“이대로는 한 해도 더 갈 수 없다는 절박감에 만들었다. 백화점식 ‘위시리스트’(wish list)가 아니다. 국가 경제의 핵심현안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어떤 해법이 좋을지 대선주자와 경제계가 함께 고민하자는 것이다. 늘상 하는 얘기로 치부하지 말아달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상의 회장단은 22일 이같은 입장을 표명하고, 오는 23일 더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5개 정당 당대표를 찾아 ‘제19대 대선후보께 드리는 경제계 제언문’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의는 제언문에서 “대한민국의 새 희망공식을 바라는 17만 상공인들의 열망을 담아 ‘공정사회-시장경제-미래번영’의 3대 틀을 제안한다”면서 주요 정당들이 대선과정에서 이에 대한 대안을 고민하고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번 제언은 대선레이스 때마다 재계가 100여 건의 탄원리스트를 건의하던 방식 대신 9건의 국가 핵심어젠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달라졌다.
또 경제계가 국가발전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정부-정치권-경제계간 소통과 협업의 팀플레이를 주문한 것도 특징이다. 이른바 ‘박용만식 소통법’이다.
박 회장은 “특정 이슈에 대해 찬반을 얘기하는 것도, 절박감에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떼쓰는 것도 아니다”라며 “장기적으로 선진국 진입을 위한 변화, 누구나 지적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정책, 시장경제원칙의 틀을 흔드는 투망식 해법 등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새정부 신드롬 경계’를 주문했다. 정책시계가 5년이 아닌 10년, 30년을 내다볼 수 있어야 기업들도 그에 맞게 사업계획을 짤 수 있으며 미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현 정부의 좋은 정책은 정책 일관성 차원에서 계속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정사회의 틀을 위해서는 ‘신뢰회복’, ‘기업지배구조 개선’, ‘고용의 이중구조 해소’를 건의했다. 시장경제의 틀을 재구축하기 위해서는 ‘정부역할 재정립’, ‘혁신기반 재구축’, ‘서비스산업 발전’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미래번영을 위한 백년대계로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교육혁신’, ‘인구충격에의 선제적 대응’을 제안했다.
자문위원인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경제에 대한 안정성이 확보돼야 미래 예측 가능성도 높아져 기업들이 사업을 벌일 수 있다”며 “차기 정부는 일관적으로 정책을 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발전의 핵심주체인 기업들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자성과 혁신의 노력을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치 시계가 빨라지면서 대선후보들이 자칫 ‘선명성 함정’에 빠질까 우려된다”며 “첫 단추를 잘못 채우면 국가전체적으로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만큼 한국사회와 한국경제의 현실을 잘 진단하고 미래비전과 해법을 설정하는데 각별한 관심 가져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상의의 이번 제언문은 72개 전국상의를 통해 기업의견을 수렴한 후 기업편향성을 없애기 위해 경제단체로서는 이례적으로 보수-진보학자 40여명에게 두루 자문을 받아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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