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유교 가치관, 인격적 대우 불안정 부작용 야기
'존중'에는 위아래 없어…상대 실수도 포용하고 격려"
왜곡된 유교 가치관, 인격적 대우 불안정 부작용 야기
'존중'에는 위아래 없어…상대 실수도 포용하고 격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존중, 배려, 소통 등의 기본가치가 바로선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런 가치들을 중시하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해 사회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해왔다.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엮어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일곱빛깔 무지개'를 펴냈고, 데일리안과 국민대통합위원회는 이러한 가치를 국민들과 공유하고 확산하기 위해 매주3회, 총 27회에 걸쳐 연재한다. < 편집자주 >
존중의 기본은 인격 그 자체에 대한 인정
미국 스포츠계는 ‘레전드’에 대한 존중심이 상당하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소속의 유격수 데릭 지터가 은퇴할 때 존중을 뜻하는 단어 respect와 지터의 등번호 2번을 합성하여 만든 ‘RE2PECT’를 활용한 헌정 광고가 만들어졌다. 미 프로농구 LA Lakers 소속 코비 브라이언트가 은퇴할 때 그가 가는 구장마다 헌정 영상을 보여주었던 것도 대표적인 레전드 존중의 사례이다. 놀라운 점은 농구가 아닌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나 라이벌 팀의 팬들과 선수들도 레전드에 대한 존중심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렇듯 개인 혹은 집단이 이룬 업적에 대한 존중도 있지만 존중의 기본은 인격 그 자체에 대한 인정이다. 존중심은 한 사람의 개인을 인격체로서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나온다. 거기에는 그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등은 개입되지 않는다.
왜곡된 유교 가치관이 존중 문화 발전 역행
존중은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는 핵심적 가치이다. 상호 존중이 바탕을 이뤄야 막힘없는 의견 교환, 합리적 의사 결정, 조직의 발전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가정, 학교, 시민단체, 기업, 군대, 정부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조직 공동체에서 존중의 문화가 좀더 성숙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아랫사람을 경시하는 풍조가 있다. 심지어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태도는 상하 관계와 권위적 질서 의식이 높은 데서 비롯된다. 군대, 회사 등의 조직뿐만 아니라 학교 등 사회 전반에서 발견되는 경직적 문화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있는 유교 문화는 인간 관계를 상하 관계로 설정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또 우리말에는 존댓말이 발달하여 언어 사용 과정에서 존칭어를 쓰는 아랫사람과 존칭어를 듣는 윗사람으로 나뉜다. 인격에는 위아래가 없지만 한 쪽은 낮춤말을 하고 다른 쪽은 높임말을 쓰는 상황에서 인격적 대우가 불안정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곤 한다.
한 쪽만 존중하는 '일방통행', 왜곡된 질서 형성
나이, 사회적 위상 등을 기준으로 억압적 문화 속에서 윗사람은 명령하고 아랫사람은 복종하는 관계가 반복되면 아랫사람을 존중의 대상이 아닌, 무시해도 좋은 대상으로 보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 어느 한 쪽만 존중하는 일방통행은 왜곡된 질서를 만들 수 있다. 강제적으로 존중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진정한 존중이 바탕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는 상대의 언행에 대해 관용의 마음을 가지고 배려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상대의 ‘실수’에 대하여도 포용 및 인격적 격려의 반응을 보일 때 상대방은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존중심은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져 또 다른 존중을 낳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로 자긍심을 갖도록 만든다.
가족 구성원에 대한 존중이 '존중받는 사회'로 발전
모든 공동체는 개인들이 모여 구성한다. 보통 단체, 학교, 직장, 사회 등의 공동체는 개인들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그중에서 개인이 가장 먼저 접하는 공간은 가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타인을 존중하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가정 안에서 먼저 이루어진다. 함께 생활하는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존중이 가능하다면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공동체에서 타인을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연습 문제를 푸는 것은 더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한 초석이고 기초를 다지는 방법이다. 가족은 타인 중에서 가장 먼저 만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상호 존중을 가장 먼저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가족 구성원을 존중하는 것은 가장 좋은 연습 문제를 푸는 것처럼 존중의 태도를 익히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나도록 한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을 서로 존중하지 못한다면 공통 분모가 많지 않은 가정 밖의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RE2PECT', 공동체 구성원 모두 서로에게 건네야 할 선물"
존중은 서로 인정하고 서로를 세워주고 격려하는 사회를 만들어간다. ‘RE2PECT’는 데릭 지터에게만 해당하는 슬로건이 아니라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건네야 할 선물이다. 상하 관계가 가장 분명한 군대 내 문화에서 어떻게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발휘되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세계 유수의 사관학교에서 리더십 교육을 통해 상호 존중하고 존경하는 문화를 만들어 개인이 자긍심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좋은 본보기이다. 품위 있고 절제된 언어 사용이 갖는 긍정적 효과도 크다. 이러한 원리를 가정 내 리더십, 학교에서의 교육 방법론으로 채택하고 직장 내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글/최승노 통합가치포럼위원
△주요 약력
·현직 : 자유경제원(부원장)
·학력 : 고려대 경제학 박사
·경력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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