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생활가전, 이제는 효자노릇 톡톡
프리미엄화로 수익성 가파른 향상
LCD TV, QLED·나노셀 등장으로 새롭게 주목받아
프리미엄화로 수익성 가파른 향상
LCD TV, QLED·나노셀 등장으로 새롭게 주목받아
전자업계에 최근 들어 과거와 현재의 상황이 뒤바뀌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생활가전의 수익성이 대폭 향상되는가 하면 액정표시장치(LCD)에 대한 관심도 다시 크게 높아지고 있다.
6일 관련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최근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생활가전 제품들이 프리미엄화 되면서 가전분야 터줏대감 제품인 TV을 뛰어 넘는 높은 수익성을 구가하고 있다.
이들 생활가전 제품들은 가격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크고 업체들간 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보통이었다. 이 때문에 가전업계에서도 ‘레드오션’으로 치부되며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이러한 상황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생활가전이 주축인 홈어플라이언스앤에어솔루션(H&A)사업본부가 영업이익률 11.2%(매출액 4조6387억원·영업이익 5208억원)로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생활가전분야에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내는 건 매우 드문 일로 글로벌 1·2위 업체인 월풀과 일렉트로룩스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각각 5.5%, 5.3%였다.
삼성전자도 생활가전에서의 수익성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이 약 3.7%(매출액 10조3400억원·영업이익 3800억원)에 그쳤지만 이는 TV가 주력인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부진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생활가전은 5% 이상이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변화는 프리미엄화 전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TV에 상대적으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적었던 생활가전 제품들이 무풍에어컨과 트윈워시 등 새로운 개념의 기술과 기능을 장착하며 프리미엄화를 꾀하면서 수익성을 높여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각각 초프리미엄 가전을 표방한 브랜드로 '셰프 켈렉션'과 'LG시그니처'를 내세우며 이러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 세탁기의 한 기능으로 치부돼 온 건조 기능을 특화한 건조기, 옷의 구김·냄새 등을 없애주는 스타일러, 미세먼지 등 대기질 악화로 가정 필수품이 된 공기청정기 등으로 소비자 수요에 의한 새로운 제품 시장을 창출해 나간 것도 생활가전의 수익성 강화에 한 몫하고 있다.
여기에 TV와 같이 제품에 들어가는 다양한 부품을 통합하고 표준화하는 모듈화를 통해 원가 절감을 꾀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를 통해 그동안 TV에 비해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게 여겨졌던 인식을 바꿔 놓음과 동시에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소비자 수요에 맞춘 프리미엄 제품들이 불효자에서 효자로 탈바꿈시켰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생활가전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지고 있다”며 “아직까지 TV에 비해 가격 민감도가 강하긴 하지만 기꺼이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가진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TV와 디스플레이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등장 이후 다소 관심이 하락해 온 LCD가 프리미엄급으로 무장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 각각 QLED TV와 나노셀 TV를 내놓으면서 LCD의 프리미엄화에 가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TV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LCD는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OLED 등장 이후 프리미엄급 제품에서는 다소 관심이 하락해 왔다.
하지만 이들 프리미엄 LCD TV는 수퍼초고화질(SUHD)급 화질로 OLED와의 경쟁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고 있다. 가격도 OLED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가격보다는 기술을 내세워 소비자 수요를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올 들어서도 LCD 패널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실적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LCD TV 판매 확대로 TV업체들의 실적까지 동반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1분기 계절적 비수기 등의 영향을 부진했던 TV업체들의 실적이 프리미엄 LCD TV 판매 확대 등으로 2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며 “삼성과 LG 양사가 TV부문 영업이익률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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