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06-07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와 부산 KTF의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LG의 용병 퍼비스 파스코(27·201cm)가 상식이하의 행동을 저질렀다. 파스코는 상대선수를 밀치고 심판마저 폭행하며 퇴장조치를 당했고, 13일 오전 LG 구단으로부터 퇴단조치를 당했다. 네티즌들은 현재 파스코의 추태 동영상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프로스포츠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어나서도 안 되는 폭력이 농구코트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파스코 폭력사태’는 농구계는 물론 스포츠계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파스코 폭력사태’의 사건 경위와 중간 결과 그리고 향후 대책을 논해본다.
◆ 사건 경위
KTF는 이날 외국인선수 애런 맥기가 2차전에서 심판에게 격한 행동을 하는 바람에 출장정지를 당한 상황이었다. 골밑에서 절대 열세가 예상된 KTF는 물량공세로 LG 파스코를 저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송영진 등이 돌아가며 파스코에게 파울을 가했다. 비록 파스코의 공격력이 떨어진다지만, 높이와 탄력에서 국내선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KTF 추일승 감독은 소모전을 택했고, 부상으로 정규리그에서 한 경기도 출장하지 않은 장영재까지 투입했다.
사건은 1쿼터 6분47초께 터졌다. 파스코가 골밑 포스트-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장영재가 파울을 범했다. 골밑 돌진을 저지하고 공을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심한 파울이 나왔다. 경기 초반부터 계속된 KTF의 파울에 파스코는 분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장영재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파스코에게 맞섰다. 하지만 파스코는 장영재의 목덜미를 잡고 넘어뜨렸다. 최한철 심판은 즉각 퇴장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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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충격적인 장면은 이 때 나왔다. 퇴장조치에 화가 폭발한 파스코는 최한철 심판마저 얼굴을 밀어 넘어뜨렸다. 바닥에서 ‘쿵’하는 소리가 날 정도였다. 찰스 민렌드를 비롯한 LG 선수단이 파스코를 겨우 뜯어말렸지만 파스코는 분을 풀지 못하며 최 심판에게 달려가려했다. 파스코는 경기장을 떠날 때까지 분을 삭이지 못했고, 플레이오프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해야할 코트안 공기는 일순간에 얼음장처럼 식어버렸다.
◆ 중간 결과
LG는 파스코가 빠진 가운데에서도 민렌드와 현주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117-100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1승2패를 만들며 벼랑 끝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귀중한 반격의 1승을 따낸 LG 신선우 감독이나 생애 첫 플레이오프 승리를 거둔 현주엽의 표정은 결코 밝지 못했다. 이날 폭력사태로 파스코의 중징계가 예상된 만큼, 남은 경기를 파스코 없이 치러야 할 난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한다면, 이날의 1승은 LG에게 ‘상처뿐인 승리’나 마찬가지였다.
LG는 KBL 재정위원회의 징계에 앞서 파스코를 퇴단하기로 결정했다. 13일 오전 결정된 것으로 보아 사실상 사건이 터진 12일에 이미 결정을 내린 것이나 진배없다. ‘창단 10주년을 챔피언 원년’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 정도로 우승에 목말라있는 LG로서는 중대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코트에서의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 LG 구단의 입장.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 강경한 결정을 내렸다.
LG가 파스코의 퇴단을 결정했지만, KBL에서도 따로 재정위원회를 열어 파스코를 징계할 계획이다. LG 구단의 퇴단은 물론이며 KBL 영구제명까지 거론될 정도다. 무엇보다 이번 폭력사태로 인해 안 그래도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프로농구 열기에 큰 찬물을 끼얹은 데다 리그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쳐 역대 최고의 중징계가 가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BL 재정위원회는 13일 오전에 있다.
◆ 향후 대책
파스코의 폭력은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악의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건의 발단과 과정이 어쨌든 파스코의 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물론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장영재나 KTF 선수들의 파울도 심했지만, 파스코가 진정한 프로선수라면 참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었다. 파스코보다 더한 파울을 받은 선수는 수도 없이 많았고, 설령 그들이 짜증을 냈을지언정 심판을 폭행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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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파스코가 시즌 내내 자신의 ‘한 성질’ 때문에 팀과 팬들이 조마조마했던 것을 떠올린다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서라도 참았어야했다. 물론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 장영재의 대응도 좋다고는 볼 수 없지만, 프로선수로서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다. KTF의 파울 작전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대목은 아니다. 이날 경기는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하는 플레이오프 경기였고, 수비에서 압도적인 열세가 생긴다면 파울을 아끼지 않고 육탄전까지 마다하지 않아야했다. 실제로 수많은 팀들이 그래왔다.
그러나 ‘파스코 폭력사태’를 계기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도 있다. 왜 파스코가 폭력을 저지를 정도로 극도의 흥분 상태를 보였느냐에 있다. 이유는 분명하다. 외국인선수에게 가해지는 지나친 집중견제와 심판들의 묵살이 바로 그것. 비단 파스코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선수들이 호소했던 대목이기도 하다.
상대의 집중견제로 심신이 지치는 외국인선수들에게 심판들의 처우도 얄미울 수밖에 없다. 적절한 주의를 통해 용병선수에게 가해지는 심한 파울을 차단해야할 심판들마저 그들의 의견을 매번 묵살했으며, 이는 그간 외국인선수들이 심판들에 대한 불신이 쌓인 한 요인이었다.
‘파스코 폭력사태’를 계기로 외국인선수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심판들의 이유 없는 묵살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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