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경질’ 이탈리아 감독 어떨까
성적 부진 이유로 슈틸리케 감독 경질 결정
대세 떠오른 이탈리아 출신 지도자 영입도 고려해야
예상대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 지휘봉을 내려 놓는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일 파주 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했던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동반 사퇴한다.
지난 2014년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슈틸리케 감독은 역대 최장수 대표팀 감독으로 재직했다. 2015년 1월 아시안컵 준우승과 그해 8월 동아시안컵 우승의 업적을 이뤘지만 가장 중요한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부진한 경기력이 이어지자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경질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미 지난 4월, 중국과의 원정경기서 패하자 경질설이 대두됐고, 축구 협회 기술위원회는 최종 예선이 끝날 때까지 기회를 준다며 동반자 입장을 고수했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대표팀은 최근 이라크와의 평가전은 물론 카타르 원정에서도 부진한 경기력이 이어졌고, 결국 슈틸리케 경질의 칼을 빼들었다.
좋지 않은 마침표를 찍게 됐지만 한국 축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무엇보다 아직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짓지 않은 상황이라 빠르게 팀을 추스를 구원투수 물색에 나서야 한다.
차기 감독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은 3명으로 압축된다. 바로 2010년 월드컵서 사령탑에 올랐던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회장과 ‘젊은 피’ 신태용, 최용수 감독이다.
이들이 위기의 한국축구를 구해낼 적임자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파 지도자의 경우 한국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선, 후배 관계로 얽힌 대표팀 선수들과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물론 역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벌어진 인사 참사다. 당시 홍명보 전 감독은 ‘의리 축구’를 내세웠지만 미미한 효과와 함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고,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다시 한 번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학연, 지연에서 자유로운 외국인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임되고 나서 이정협이라는 깜짝 스타가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동안 한국 축구는 ‘오렌지 커넥션’이라 불릴 정도로 네덜란드 감독들과의 인연이 깊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를 비롯해 딕 아드보카트(2006년 독일 월드컵), 핌 베어벡 등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실제로 90년대와 2000년대는 요한 크루이프의 후계자로 불리며 네덜란드 감독들의 강세가 이어졌던 시기다. 하지만 네덜란드 축구 침체기와 함께 이곳 출신 지도자들도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면서 대세로 떠오른 것이 바로 이탈리아 출신 감독들이다. 이탈리아 출신 감독들은 세계 최고의 전술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팀 상황에 기인한 맞춤형 전술을 짜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뚜렷한 색채를 잃은 한국 축구에 안성맞춤일 수 있다.
한국 축구는 과거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넘치는 투지와 수비에서 빠르게 역습으로 전환하는 고유의 팀 컬러를 갖고 있었다. 비록 패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아시아 축구를 주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식 점유율 축구를 한국 대표팀에 이식하려 했다 실패를 맛봤다. 전술이 통하지 않을 때 재빨리 바꿔야할 플랜B도 부족했다. 여러모로 한국 축구가 쌓아올린 위상과 실력에 못 미치는 사령탑이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침체된 한국 축구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실력을 검증받은 명장의 선임이 불가피하다. 과연 축구협회는 어떤 선택을 할까. 국내파 선임 결정을 내린다면 2014 브라질월드컵 참사의 되풀이가 될 수 있다. 세계적 명장의 선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