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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 바보’ 반더레이 실바, 없었던 사이드 스텝


입력 2017.06.27 14:30 수정 2017.06.27 14:31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벨라토르]소넨 레슬링 태클에 직진으로 일관..변화없는 패턴으로 패배 자초

UFC 시절의 반더레이 실바. ⓒ 게티이미지

'도끼 살인마' 반더레이 실바(41·브라질)가 '아메리칸 갱스터' 차엘 소넨(41·미국)과의 앙숙대결에서 패했다.

지난 25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서 펼쳐진 ‘벨라토르 180’ 메인이벤트는 숙적의 정면충돌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둘은 2010년부터 서로를 향해 독설을 내뱉으며 으르렁댔고, 2014년 7월 UFC 175에서 대결을 예약했다. 안타깝게도 약물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붙지 못했다. 돌고 돌아 둘은 은퇴 후 복귀를 통해 벨라토르에서 다시 만났다. 여전히 감정의 골은 깊었고 서로를 향해 “가만두지 않겠다!”며 이빨을 드러냈다.

실바는 소넨 만큼은 반드시 이기고 싶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쉽게도 경기는 소넨의 3-0 판정승으로 끝났다. 실바는 소넨의 레슬링 앞에서 특기인 타격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실바는 경기 후에도 분노를 감추지 못한 채 소넨을 밀치고 케이지 밖으로 나가버렸다. 둘의 견원지간은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펀처형 실바는 예나 지금이나 파이팅 패턴의 변화가 없다. 한창 때의 실바는 수많은 파이터들을 상대로 무시무시한 포스를 자랑하며 그야말로 때려눕혔다. 정통 복싱스타일이 아닌 핸드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번이라도 더 펀치를 가하는 스타일이다.

단순해보이지만 파워, 맷집, 타이밍 등이 워낙 뛰어나 치고받는 와중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천천히 상대의 움직임을 보다가 들어오는 타이밍에 맞춰 더욱 강한 압박공격으로 맞불을 놓아 침몰시켰다.

시간은 흐르고 실바는 늙었다. 노장으로서 케이지에서 생존하려면 파이팅 스타일에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바는 여전하다. 이른바 직진 본능(?)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 직진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거나 뒤로 물러나는 상태에서 양훅 일변도로 공격을 펼친다.

젊은 시절에는 이런 패턴으로도 충분히 정상권에서 군림했다. 워낙 힘과 반응속도가 좋고 핸드스피드 또한 탁월했기 때문이다. 밀리는 듯하다가도 어느새 기가 막힌 카운터로 상대의 다리를 풀리게 했고, 기회를 포착하면 야생동물처럼 치고나가 경기를 끝내버렸다.

몰아붙이는 타격도 좋지만 뒤로 빠지면서도 빠르게 훅을 휘두르며 카운터로 들어가는 공격도 일품이다. 상대가 충격을 받으면 빰클린치를 잡고 니킥을 가하거나 스탬핑, 사커킥으로 마무리했다.

벨라토르에서 다시 만난 실바와 소넨. 벨라토르 캡처

프라이드의 몰락으로 타 단체에서 뛰게 된 실바는 파이팅 스타일이 더 단순해졌다.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더 다채로운 옵션을 장착해야 하지만 UFC, 벨라토르 등에서는 스탬핑이나 사커킥을 쓸 수 없어 주력 무기의 상당수가 봉인되는 타격을 입었다.

소넨전 패배는 상성의 이유도 컸겠지만 실바 본인의 준비 부족도 지적받고 있다. 소넨과의 경기에서 사이드 스텝은 반드시 필요했다. 자신보다 신장이 작은 데다 훅 위주인 실바를 상대로 소넨은 중심을 앞으로 한 채 이른바 ‘닥돌(닥치고 돌진)’ 전략을 들고 나왔다.

그런 소넨의 테이크다운을 견디려면 실바는 사이드로 빠지며 접촉 자체를 최소화해야했다. 하지만 직선적인 움직임으로 일관하며 태클을 거는 소넨의 공격에 번번이 넘어가며 신체적 데미지와 함께 체력 고갈까지 이중고에 시달렸다.

물론 실바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묵직한 펀치를 맞추며 몇 차례 소넨을 휘청거리게 했고 후속 공격만 제대로 연결시켰어도 경기 마무리가 가능했다. 소넨은 타격에 충격을 받게 되면 뒤로 물러나기보다 앞으로 달려들며 태클을 시도했는데 실바의 흐름은 그때마다 끊겼다. 단순한 태클이었지만 직선 움직임밖에 없었던 실바를 넘기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힘 좋은 레슬러 타입에게 타격가가 직선일변도로 일관해서는 승리하기 어렵다. 서로가 서로의 스타일을 너무 잘 아는 상태에서 소넨은 자신의 장점을 잘 살렸고, 실바는 무방비로 일관하며 패배를 자초했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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