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원전 논란…"배심원단의 원전 중단 결정, 법적근거 있나?"
정부-신고리공론화위 '혼선'…"현재까지 구체적 결정사안 없어"
"전문적·과학적 분야는 전문가몫…가부결정은 국민대표 국회몫"
정부-신고리공론화위 '혼선'…"현재까지 구체적 결정사안 없어"
"전문적·과학적 분야는 전문가몫…가부결정은 국민대표 국회몫"
정부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일반 시민배심원단에게 맡기겠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원전 등 에너지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영구 중단 여부를 결정할 경우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고리 원전 중단 여부와 관련 "공론조사를 통해 가부 결정이 나오면 받아들여져야 한다"며 일반 시민배심원단에게 이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부여했다.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론 조사는 '권고'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는 공론화위의 결정을 100%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시민배심원의 결정권한에 무게를 두면서 배심원단에 대한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국가 에너지 정책 및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중대 사안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손에 맡긴다는 점에서 전문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론화위 조직은 물론 배심원단에 원전 전문가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전문성·정당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실제 공론화위는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59) 위원장을 포함해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분야 위원 각 2인으로 구성됐다. 주로 행정·교육·물리·통계학 전공자들로 원전 전문가가 전무하다. 특히 영구 중단 여부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배심원단이 일반 시민으로 선발되면서 정당성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에너지 분야와 같이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분야는 전문가가 시안을 만들고,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가 가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26일부터 이틀간 전국 대학교 법학 교수 44명을 대상으로 탈원전 정책의 절차적 문제점을 묻는 무작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3명이(75%)이 '배심원단 결정이 정부의 권한을 민간에 위임하는 것이므로 법적 근거 없이는 안 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공론화위를 비롯, 시민 배심원단에 원전 전문가가 전무하다는 점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각각 21명(48%), 22명(50%)으로 절반 가까이 집계됐다. 응답자의 93%(41명)는 원전 정책에 대해 배심원단이 결정하는 게 아닌 정부가 책임 정치 차원에서 배심원단의 의견을 참고해 확정·공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철규 부산외대 교수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은 필수적이며, 가치 판단을 위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정보가 전제돼야 한다"며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가지는 것으로, 국회가 결정하지 못하면 국민의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지만 현재 공론화위원회는 '물음표'"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이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정부는 원전 공사 완전 중단 여부를 일반 시민배심원이 결정하도록 해 전문성 결여가 제기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다. 국내 에너지단체 한 관계자는 과거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의 유명무실한 활동을 돌아보며 "공론화위원회 기간이 3개월이고, 인원수가 적은데 많은 내용을 다뤄야 되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국무총리실 측은 위원장과 위원 선정 과정에 있어 원전 논의 중립성에 위배될 것을 우려해 이해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를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총리실은 "(공론화위는)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와 관련 공론화를 설계하고 공론화 아젠다를 셋팅하며 국민과의 소통을 촉진하는 역할"이라며 "따라서 이해관계자나 에너지 분야 관계자가 아닌 사람 중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의견 또한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총리실은 "공론화 방식에서 전문가 논의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전문가 토론, 자료집 제작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배심원단이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당초 방침에서 정부에 권고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조정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시민배심원단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공론위는 이를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으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 돼 향후 공론화위의 입장변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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