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 의존증’ 레알 마드리드, 세대교체 언제?
최근 리그는 물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부진
주전 선수들 대부분 슬럼프, 세대교체 절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여름 주전급이었던 알바로 모라타와 다닐루를 이적시킨 뒤 마땅한 보강을 하지 않았다.
믿음은 있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2연패의 주역들과 마르코 아센시오, 이스코, 마테오 코바시치 등 뛰어난 잠재력을 갖춘 이들에 대한 확고한 신뢰였다.
그러나 최전방 스트라이커 카림 벤제마의 끝없는 부진과 가레스 베일, 다니엘 카르바할 등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겹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레알은 2017-18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벌써 2패째를 안았다. 지난 9월, 홈에서 열린 레알 베티스와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0-1)를 당했고, 지난달 30일에는 승격팀 지로나에 1-2로 무너졌다.
레알은 리오넬 메시의 든든한 조력자였던 네이마르가 떠났음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바르셀로나,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발렌시아에 뒤처진 리그 3위다. 4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선 불안한 처지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아쉬움이 많다. 레알은 도르트문트(독일), 아포엘(키프로스)과 승점 차를 벌리며 16강 진출에는 문제가 없는 듯 보이지만, 지난 2일 토트넘(잉글랜드) 원정에서 충격적인 1-3 패배를 당했다.
루카 모드리치와 토니 크로스가 구성한 중원이 무지막지한 활동량을 앞세운 토트넘에 힘을 쓰지 못했고, 라파엘 바란과 카르바할,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가 빠진 수비진이 문제를 일으켰다. 존재감이 없었던 벤제마와 혼자서만 돋보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공격진에도 아쉬움이 많았다.
중원과 수비, 공격 등 총체적인 난국이지만, 레알의 자랑이었던 공격력이 가장 아쉽다.
레알은 호날두가 UCL 조별리그 4경기에서 무려 6골을 터뜨렸지만, 리그에서는 6경기 출전 1골에 그치고 있다. 기나긴 부진에서 탈출하는 듯 보였던 베일은 또다시 부상으로 쓰러졌고, 벤제마는 리그 6경기(선발 5) 출전 1골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특히, 벤제마는 UCL에서도 2경기에 나섰지만, 득점은 없었다.
전방에서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선수가 없다. 토트넘의 해리 케인이 보여준 것처럼 득점은 없더라도 상대 수비의 시선을 끊임없이 빼앗아 올 수 있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호날두와 벤제마는 상대 수비의 부담을 더하기보다 덜어주는 모습이 잦다. 아센시오와 이스코가 각각 3골씩을 몰아넣으며 화력에 힘을 보태지만, 2선 자원이란 한계가 있다.
레알은 오는 겨울 이적 시장에서 벤제마를 대체할 주전 스트라이커 영입이 절실하다. 모라타의 이적으로 후보 자원도 마땅치 않은 상황인 만큼, 최전방 공격수 영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방에서 힘을 발휘해야 호날두와 이스코, 아센시오 등 중앙과 측면을 자유롭게 오가는 이들도 빛날 수 있다.
중원과 수비에도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 레알은 모드리치와 크로스, 카세미루가 구성하는 중원이 직전 시즌과 비교해 막강하지 않음에도 이들과 경쟁할만한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모드리치가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나아가면서 활동량과 경쟁력이 확연히 떨어졌다.
세르히오 라모스와 바란을 대체할 수 있는 중앙 수비수, 마르셀로와 카르바할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풀백 영입도 요구된다. 나바스가 없을 때,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줄 수 있는 골키퍼도 반드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올 시즌 개막 직전까지만 해도 레알의 부진은 예상하지 못했다. 여러 불안요소가 존재했지만, 레알은 프리시즌과 UEFA 슈퍼컵에서 UCL 2연패에 빛나는 조직력과 뛰어난 개인 능력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 중반을 향해 나아가는 현재, 레알은 흔들리고 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문제에 안일한 대처 능력을 보였고,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이란 불운까지 겹쳤다. 토트넘전 완패 이후에는 지네딘 지단 감독의 경질설까지 불거지고 있다.
아직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기까지는 두 달여에 가까운 시간이 남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일찌감치 레알 마드리드란 이름에 어울리는 선수를 확보하면서, UCL 2연패를 일군 영광의 세대를 조금씩 대체해 나아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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