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예선 고전으로 슈틸리케 감독 경질 수순
신태용 감독은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분위기 반전
한국 축구 역사상 2017년만큼 다사다난했던 때도 없었다. 불안한 출발과 함께 월드컵 본선행에 빨간불이 켜졌고 이 과정에서 사령탑이 교체되는 잡음도 있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믿음을 주지 못했고, 급기야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의 재부임설이 퍼지기도 했다.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비난 여론을 잠재웠지만 대표팀은 세계 최강 독일을 비롯해 멕시코, 스웨덴 등 만만치 않은 팀들과 한 조에 묶였다.
① 창사쇼크에 이은 도하 참사
2017년 벽두부터 불안했다. 지난해부터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무색무취’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본선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이대로라면 국제적 망신을 당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졌다.
결국 슬픈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이미 동력을 상실한 슈틸리케호는 지난 3월 중국 창사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중국 원정서 0-1 굴욕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어진 시리아와의 7차전에서 1-0 신승을 거뒀지만 경기력이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올랐고 급기야 카타르 원정서 2-3 참패를 당하고 만다. 당시 이란이 조 1위를 확정한 가운데 대표팀은 치열한 2위 싸움에 놓이게 됐다.
② 말 많던 슈틸리케 경질
대표팀이 귀국하자마자 기술위원회가 열렸고, 예정대로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 수순을 밟았다.
부임 초기만 해도 한국 유소년 시스템에 큰 관심을 가지며 ‘갓틸리케’로 불렸지만 정작 본인의 역할인 성인 대표팀에서는 이렇다 할 색채를 내지 못했고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그가 지휘봉을 잡았던 2년 9개월은 한국 축구 역사상 최장 기간에 해당한다. 특히 한국 축구가 월드컵 무대에 다시 등장한 1986년 이후만 살펴보면 최다승(25승)은 물론 가장 높은 승률(67.6%)까지 보유한 감독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갈수록 부진했던 경기력으로 아름답지 못한 마무리를 하고 말았다.
③ 신태용호 출범, 쉽지 않았던 연착륙
급하게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이는 신태용 감독이었다. 이미 올림픽 대표팀부터 U-20 청소년대표팀 감독, 그리고 슈틸리케호의 수석코치 등 차근차근 준비 과정을 밟았던 터라 소방수로서는 적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부임하자마자 히딩크 전 감독 재부임설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느슨한 대처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삼엄한 시선 속에 데뷔전이었던 이란전에서 비겼던 신태용호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전마저 무승부를 거뒀지만 천신만고 끝에 본선행 티켓을 따냈다.
국내 여론은 여전히 신태용 감독을 신뢰하지 않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11월 세계적인 콜롬비아를 2-1로 꺾으며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한 신태용 감독은 얼마 전 끝난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특히 한일전 4-1 대승은 신 감독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④ 러시아 월드컵 조편성, 잔뜩 흐림
여전히 쉽지 않다. 이달 초 열린 조편성 행사에서 대표팀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비롯해 16강 단골 멕시코, 그리고 북유럽 최강자 스웨덴과 한 조에 묶이고 말았다.
독일 대표팀의 요하임 뢰브 감독은 한국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팀"이라며 경계했지만 관심 밖이라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급기야 스웨덴 언론에서는 ‘독일, 멕시코와 한 조’라며 한국을 아예 제외시키기도 했다.
본선에 참가하는 32개국 중 한국이 최약체라는 평가에 대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아직 6개월이나 남았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다. 이를 어떻게 보내고 준비하는가에 따라 월드컵 성적도 좌지우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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