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先핵폐기는 타협대상 아냐” 선그어
북 영향력 극대화 中, 美와 대립 가능성
김정은 단계적·동시적 조치 전제 비핵화
韓 “만나봐야 안다…예측 없다” 말아껴
美 “先핵폐기는 타협대상 아냐” 선그어
북 영향력 극대화 中, 美와 대립 가능성
북한 김정은식 비핵화의 핵심은 ‘체제 안전 보장’이다. 핵동결, 핵시설 폐쇄 및 봉인 등 각 단계에 상응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의 ‘선의의 노력’과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비핵화의 전제로 내걸었다.
청와대가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만나봐야 안다”며 일절 말을 아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설사 우리 정부의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대로 정상 간 큰 틀에서 비핵화를 극적 타결한다 해도, 이후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의 함축적 의미를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외교가에선 김정은이 지난달 중국을 전격 방문했을 때 시진핑 국가주석과 관련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역시 1953년 맺어진 휴전협정의 당사국인 만큼, 김정은의 방중 기간 동안 체제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단 미국은 북한이 언급한 단계적·동시적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가 선행된 뒤에야 향후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목적도 ‘CVID는 타협이나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리대사는 지난 2일 긴급간담회에서 이러한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또 “체제안전보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단 북한과 직접 마주앉아 파악해야한다”며 “과거에는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했는데, 물론 이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남북·미북 정상회담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체제 안정 보장의 의미는 광범위하다. 군사적 위협 해소부터 대북 제재 완화 및 해제, 북미 수교 등 여러 개념이 포함될 수 있다. 당장 군사적 위협 해소만 해도, 한국 내 미국 핵무기 공개와 폐쇄, 미국 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중단, 대북 핵사용 금지, 더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까지 해당된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6년 ‘7·6 제안’에서 이러한 조건을 거론한 바 있다. 최근까지 노동신문을 통해서도 같은 내용을 요구했다.
다만 주한미군 철수는 미국이 수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도 알고 있는 만큼, 김정은은 북미 대화에서 협상의 진정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이를 고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과거 기조를 유지한 채 북미 대화에 임하면, 미국이 경계하는 ‘북한 시간벌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 조건을 단순한 ‘주권 인정’으로만 여기지는 않고 있으나, 공통분모를 찾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북미 회담 먼저’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보장의 의미가 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직접적으로 들어본 것이 없다”고 했다. 또 한미 간 관련 논의 진행 여부에 대해선 “북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고 미국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 외엔 한미 간 협의가 진행된 것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 문제는 북미 양측의 포괄적 타결이 있은 다음에야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예측은 아직 (구체적인 것이) 없다”고도 했다.
아울러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냉각기를 끝내고 ‘전통적 우방’으로 돌아선 중국의 경우,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에 나서면 일정 부분 경제 지원을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대북 영향력도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원샷’ 비핵화가 아닌 이상 제재 해제나 경제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도 후원 세력이 필요하다. 김정은의 갑작스런 방중 배경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는 북한 비핵화 속도에 대한 차이가 있다”며 “단계적 비핵화를 원하는 북한으로서는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서 부담감이 있을 것이고, 중국을 하나의 후원 세력으로 확보해두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단번에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보상은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은 일단 비핵화로 출발할 때 확실한 보장이 없어 불안한 상태에 처할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 일정 정도 비핵화에 대한 진전을 보이면, 중국 차원에서 경제 지원 등을 해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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