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판매 거리 제한’ 강화에 편의점 점주들 엇갈린 반응
제살 깎아먹기식 과당경쟁 방지 vs 권리금 등 사유재산 침해
담배 판매 거리 제한 50m서 100m로…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
서울시가 발표한 담배 판매 거리 제한 강화 조치를 두고 편의점 점주들 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담배가 편의점 매출의 40~50%를 차지하는 만큼 무분별한 신규 출점에 제동이 걸릴 것을 기대하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점포 매각 시 담배 판매권 상실로 인한 권리금 축소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9일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제한 기준을 현행 50m이상에서 100m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담배판매권 제한을 통해 편의점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달 중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관련 개정안을 내놓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편의점업계는 담배 판매 거리 제한 강화 조치가 신규 출점의 걸림돌이 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담배는 판매 금액의 70% 이상이 세금일 정도로 세금 비중이 높아 판매했을 때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적지만 담배를 구입하기 위해 온 손님이 다른 상품도 함께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 이른바 ‘미끼상품’으로서 점주들의 선호도가 높다. 때문에 담배판매를 할 수 없는 매장은 그만큼 창업 선호도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나마 서울 시내에서는 이미 주요 상권에 매장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상황이 낫지만 이 같은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될 경우 가맹본사의 출점 전략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과당경쟁으로 매출액이 줄어든 점포의 경우 서울시의 조치가 매장 인근 상권을 보호해주는 방패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가맹본부들도 타사 브랜드를 포함한 출점 제한 규정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창업이 아닌 기존 점포를 인수해 운영 중인 점주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담배판매권을 포함해 일정 권리금을 주고 점포를 인수한 경우, 다시 되팔 때 담배판매권이 취소된다면 권리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 6조에 따르면 담배판매업 등록 변경 신청 시 일정한 요건 심사를 거쳐야 한다.
담배판매권은 양도‧양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점포에 대한 명의가 변경될 경우 담배판매권에 대한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강화된 거리 제한에 걸릴 경우 담배판매권을 다시 얻을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자신이 지불한 만큼의 권리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담배를 판매하지 못하는 점포의 경우 선호도가 떨어지는 탓에 점포 매각 자체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상가임대차 계약을 포함해 개인 간 거래에서는 권리금이 분명 존재하지만 현행법 상에서는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서울시 조치가 시행될 경우 기존 점주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공모씨는 “내가 운영하는 매장 100미터 안에만 3개의 편의점이 있는데 나중에 점포를 매각하는 3곳 중 2곳은 담배판매권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운영이 어려워져 점포를 매각하려는 점주들이 많은데 권리금까지 보장이 안 되면 손실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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