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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조인성 "언제까지 재벌 2세만 할 순 없잖아요"


입력 2018.09.19 09:10 수정 2018.09.20 11:19        부수정 기자

영화 '안시성'서 주인공 양만춘 역

"스스로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안시성'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은 "양만춘에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털어놨다.ⓒ아이오케이컴퍼니 '안시성'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은 "양만춘에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털어놨다.ⓒ아이오케이컴퍼니

영화 '안시성'서 주인공 양만춘 역
"스스로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고구려 역사를 다룬 작품이 별로 없잖아요. 제가 스타트를 끊고 싶었죠."

'잘생김의 대명사' 조인성(37)이 고구려의 양만춘 장군 역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안시성'(감독 김광식)은 안시성을 함락시키려는 당나라 50만 대군의 침략에 맞서 싸운 성주 양만춘과 고구려군의 88일간 치열했던 전투를 담아낸 초대형 사극 프로젝트다. 영화는 전투신을 화려하고 생생하게 담아내 언론의 호평을 얻었다.

조인성은 극 중 양만춘 역을 맡았다. 양만춘은 의협심이 강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사한 안시성의 성주다.

1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조인성은 "언론 시사회 이후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나오자 일각에서는 조인성이 양만춘 역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었다.

배우 역시 "내가 양만춘과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혔단다. "장군이라고 하면 '명량' 속 최민식 선배, '불멸의 이순신' 속 김명민 선배가 떠오르잖아요. 저와 어울리지 않는 거 같아서 두 번이나 거절했어요. 제작비도 220억이지고 부담스러웠죠. 그러다 젊고 새로운 사극을 만들고 싶어하는 제작진의 마음에 끌렸어요."

'안시성'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은 "시사회 이후 호평을 얻어 다행이다"고 했다.ⓒ아이오케이컴퍼니 '안시성'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은 "시사회 이후 호평을 얻어 다행이다"고 했다.ⓒ아이오케이컴퍼니

"우리는 왜 젊은 사극을 만들지 못할까?"라는 질문에서 작품을 시작했다는 그는 "감독님이 저에게서 '슬램덩크'의 강백호 같은 이미지를 봤다고 하더라. 이 영화를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저도 스스로 느끼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재벌 2세나, 백마탄 왕자님 같은 캐릭터만 할 순 없잖아요. 안주 하다가 끝나기보다는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웃음)."

양만춘에 대한 사료는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배우는 오히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자유로웠다고 했다. 그는 "사료 외에는 시나리오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전투에 나가는 성주 역할이라 액션신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그는 "액션 연습은 모든 배우가 하는 거라 특별한 건 없다"며 "양만춘은 단검 두 개와 장검 하나, 화살 하나를 갖춘 역할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조인성의 목소리가 양만춘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죄송하다"고 웃은 그는 "전투신만 계속 이어진다면 지루했을 것"이라며 "많은 배우가 잘 어우러져서 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내레이션으로 끝난다. 굳이 내레이션을 써야 했나라는 지적도 있다. 그는 "감독님이 새로운 사극을 만들고 싶어서 그랬다"며 "지도도 안 썼는데, 내레이션을 통해 고구려의 역사를 함축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짚었다.

'안시성'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젊은 사극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아이오케이컴퍼니 '안시성'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젊은 사극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고 했다.ⓒ아이오케이컴퍼니

조인성이 맡은 양만춘은 모두가 따르고, 좋아하는 리더다. 배우는 양만춘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양만춘은 연개소문으로부터 반역자로 몰려요. 반기를 들었다는 건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났다는 뜻이죠. 권력과 야망을 포기하고, 성민들을 잘 지키고자 한 사람이라고 해석했어요. 성민들과 끈끈한 관계는 당연한 겁니다. 양만춘에게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으니까 성민들이 따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특별한 점이 공감 능력이에요."

1998년 지오지아 모델로 데뷔한 조인성은 '논스톱 2-뉴 논스톱'(2000)의 주연을 맡아 당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피아노'(2001), '별을 쏘다'(2002), '발리에서 생긴 일'(2004), '봄날'(2005), '비열한 거리'(2006), '쌍화점'(2008),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괜찮아, 사랑이야'(2014), '디어 마이 프렌즈'(2016), '더 킹'(2016) 등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다.

'안시성'은 조인성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작품을 할 때 어떤 의도를 하면 그 의도를 들킨다"며 "'안시성'은 그냥 고생했던 한 작품이지, 배우 인생에서 전환점을 삼을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좋은 평가가 나와서 천만다행입니다. 관객들이 평가를 기다리지만, 지금 이 순간은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크게 말아 먹으면 다음 작품을 못 할 정도로 회복이 안 될 수도 있거든요. 아직 끝나지 않은 거라 산 하나, 하나 넘는 듯합니다."

영화엔 약 2000여컷의 CG가 등장한다. 전투 한 장면당 사용된 CG 분량은 한국 영화 한 편에 등장하는 CG와 맞먹을 정도다.

조인성은 "블루 스크린 작업이 배우에게 힘들다"며 "기술 시사 때 CG가 더해진 완성본을 봤는데 후반 작업팀이 엄청 고생했다는 걸 느꼈다. '반지의 제왕'이 비교 대상으로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든다"고 했다.

'안시성'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은 "'안시성'을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아이오케이컴퍼니 '안시성'에 출연한 배우 조인성은 "'안시성'을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아이오케이컴퍼니

조인성은 자신의 과거 시절을 떠올리며 사물 역인 남주혁을 바라봤단다. "주혁이 나이 때 제가 '발리에서 생긴 일'을 했어요. 힘이 넘칠 때죠. 하하. 주혁이가 부담감을 느꼈을 텐데 정말 잘했어요."

조인성은 어느덧 데뷔 20년을 맞았다. 그는 "만춘이라는 이름처럼 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며 "힘을 빼면서 힘을 어디까지 줄 수 있느냐 시험해보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안시성'은 '협상', '물괴', '명당' 등과 맞붙는다. 그는 "이길 수 있을 때만 싸우지는 않는다", "물러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무릎 꿇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등 양만춘의 대사를 재치 있게 읊었다.

조인성은 어느덧 큰 대작 영화의 '안시성'의 타이틀롤을 맡으며 극을 이끄게 됐다. "예전에는 어린 배우들을 주로 썼는데, 이젠 연령층이 높아지는 배우들도 주연을 쓰잖아요. 아이돌 친구들도 연기를 하고, 배우들이 예전보다 풍성해진 느낌이에요. 이제 곧 마흔인데 제 나이와 어울리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마흔의 조인성이 저도 궁금해요. 누가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답니다."

그러면서 그는 꼭 타이틀롤을 맡지 않아도 좋은 작품이라면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클래식'에 함께 출연한 조승우는 조인성을 두고 '한국의 디카프리오라'고 극찬했다. 그러자 조인성은 "승우 씨만큼 뮤지컬, 드라마, 영화 다 할 수 있는 배우는 없다"며 "그 능력이 참 부럽고, 대단하다"고 화답했다.

조인성에게 '안시성'을 통해 어떤 평가를 얻고 싶은지 물었다. 꽤 멋진 답변이 나왔다. "제가 양만춘을 다 표현할 수는 없어요. 이 영화를 통해 양만춘과 고구려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포털 사이트에 양만춘을 자주 검색하셨으면 합니다."

인터뷰 마지막에 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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