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본다는 FA 거품…원흉은 계약금 비중
타 리그에 비해 과도한 비중의 계약금 비중
KBO 개선안은 30% 이상 계약금 지불 금지
수준 낮은 KBO리그 경쟁력에 대한 팬들의 질타가 FA(자유계약) 거품 걷어내기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KBO는 FA 계약 관련 규정을 손질했고, 이를 선수협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예상되지만 몸값 거품과 관련해 팬들이 적극 지지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KBO가 제시한 개선 사항은 크게 3가지다. △FA 상한제 도입, △FA 취득 기간 단축, △FA 등급제 시행이다.
일단 세 가지 안 중 취득 기간 단축과 등급제 시행은 많은 전문가들과 대다수의 야구팬들이 반드시 도입되어야 한다고 수년째 입을 모은 부분이다.
여기까지는 크게 문제가 없다. 다만 4년간 80억 원으로 묶인 몸값 상한제의 경우 논란의 여지가 분명히 있다. 프로스포츠의 요소 중 하나인 시장 논리와 자율 경쟁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KBO가 강행하려는 이유는 시장 규모에 비해 몸값 거품이 상당하다는데 있다. 무엇보다 대형 FA 계약이 성사됐을 때 발생하는 과도한 계약금 지불은 상식을 벗어났다는 평가다.
80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살펴보면 계약금 규모가 절반 이상 차지하는 계약이 상당하다.
역대 최고액인 롯데 이대호(4년 150억 원)의 경우 계약금이 33.3%에 달하는 50억 원이다. 구단과의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계약 직후 및 그해 연말에 걸쳐 2회 분할 수령하는 방식이다.
더욱 황당한 점은 계약 기간 발표되는 연봉이 계약금을 쏙 빼놓을 채 발표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80억 원 이상 계약 중 계약금 비중이 가장 높은 삼성 윤성환(4년 80억 원, 계약금 48억 원)의 경우, 지난 4년간 8억 원의 연봉이라고 발표했다. 연평균 20억 원의 수령액이 계약금 지급으로 인해 8억 원으로 둔갑한 셈이다. 초고액 계약 선수들의 대부분은 이와 같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팬들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다.
과도한 계약금은 메이저리그 또는 일본 프로야구와 비교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수준이다. 먼저 메이저리그의 경우 대개 계약 총액의 5~10% 정도만을 사이닝 보너스로 매긴다. 하물며 이 사이닝 보너스는 협상을 이끌어낸 에이전트들에게 주는 것이 다반사다.
LA 다저스와 6년간 3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은 류현진은 500만 달러의 사이닝 보너스가 책정됐다. 거액 몸값을 자랑하는 팀 동료 클레이튼 커쇼(7년간 2억 1500만 달러) 역시 10%에 못 미치는 1800만 달러가 계약금이다.
일본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이대호는 2013년 소프트뱅크로 이적했을 당시 3년간 14억 5000만 엔의 대형 계약을 맺었고 계약금은 5000만 엔에 불과했다. 그 당시 일본 내 최고 몸값을 자랑했던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는 아예 계약금 없이 단년 계약만을 고집했다.
계약금(사이닝 보너스)은 말 그대로 계약한 선수(또는 에이전트)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건네주는 일회성 인센티브다. 물론 계약금의 규모가 얼마라고 정해져있지는 않다. 구단과 선수, 양 측의 합의에 의해 형성될 뿐이다.
다만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에서는 계약금을 계약 총액과 비교했을 때 소폭으로 책정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이라는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도 마찬가지였다. 강민호 이전 역대 최고액이었던 심정수는 60억 원 중 계약금은 절반에 못 미친 20억 원이었다. FA 광풍의 시작으로 일컬어지는 2012년 넥센 이택근도 총액 50억 원 중 계약금이 16억 원에 불과했다.
이번 개선안이 통과된다면 계약금은 총 계약 규모의 30% 이상 형성될 수 없다. 그래도 많다는 것이 팬들의 목소리다. 결국 구단들의 과도한 경쟁이 돈 먹는 하마를 만들어냈고, 늦었지만 제대로 된 길로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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