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 이끌며 메인뉴스 연일 장식…노출 효과 상당
'싸우는 야당 의원' 野性 과시한 것도 당원에 어필
지도부와 조율 없는 '단독 드리블' 논란은 부담 요소
폭로전 이끌며 뉴스 연일 장식…노출 효과 상당
'싸우는 야당 의원' 野性 과시해 당원에 어필
지도부와 조율 없는 '단독 드리블' 논란은 부담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정부 비공개 예산 정보 접근·열람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태가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대정부질문 설전으로 정점을 찍었다.
내년 2월 전당대회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심 의원은 이번 폭로전으로 청와대를 상대로 하는 공세를 이끌면서 인지도를 상당히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4일 "밤을 새며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저녁 메인 뉴스에 한 꼭지 나가기 위한 측면도 있다"며 "심 의원이 한동안 연일 톱뉴스를 장식하며 부총리와 설전하는 장면이 그대로 나가는 등의 노출 효과는 정치적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한국당 지지층 사이에서 '제대로 싸우지를 못한다'는 광범위한 불만이 형성돼 있는 가운데, 심 의원이 의원실 압수수색과 고발에 굴하지 않고 청와대와 정면으로 맞서는 야성(野性)을 보여준 것도 적잖은 소득이다.
전당대회 세칙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어떤 비율으로든 당원 투표와 한국당 지지층·무당층을 대상으로 한 국민여론조사는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심 의원이 이번 폭로전을 이끌면서 당원과 국민들 사이에 각인한 '싸우는 이미지'를 무시할 수 없다. 그간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포럼(자유포럼)과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위원회를 이끌면서 형성돼 있던 지지층의 저변이 넓어졌다는 지적이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가 "주가(株價)를 상당히 올렸다"고 평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심 의원측 관계자는 "당권 도전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고, 지금 고려할 상황도 아니다"라면서도 "남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일각에서는 "단독 드리블을 하다가 힘이 빠져 마지막에 골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 의원은 이번에 접근·열람한 비공개 정보를 원내 지도부와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불편한 관계를 고려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이 때문에 지도부에서는 대응 수위를 정하지 못한 채 사태의 흐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태가 터지자마자 정권 측에서 바로 의원실 압수수색을 들어오는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볼 때 '뭔가 엄청난 게 털렸나보다'라는 짐작 정도였을 뿐, 그 이상은 지도부도 파악하지 못했던 셈이다.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취득 정보의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한 다음에 '결정적인 한 방'이 마땅찮다 싶으면 쥐고 있으면서 지도부가 '딜'에 나서는 것도 좋았을 것"이라며 "'알아서 자복(自服)하라, 굳이 우리가 까야 하느냐'는 접근 방식이 더 효과적이었을 수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앞서 심 의원은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유기준 의원을 위원장으로 수립된 당내 북한석탄대책특위와의 특별한 정보 공유나 조율, 회의 참석 없이 별도로 활동해왔다.
또 다른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를 가리켜 "만일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기 위해 '패스 플레이'를 하지 않은 것이라면 문제"라고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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