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으로 구속됐던 신동빈, 이번엔 면세점 실적에 발목
면세점에 걸린 롯데의 미래…호텔롯데 상장 지연 불가피
관세청,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여부 놓고 법리 검토 중
면세점 특허 문제로 구속됐던 신동빈 회장이 이번에는 면세점 실적에 발목을 잡혔다. 호텔롯데 실적의 80%를 차지하는 면세사업의 실적 부진이 호텔롯데 상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지난 5일 진행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 회장은 경영복귀 닷새 만에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계열사로 편입하고 계열사 지분 정리에 나서는 등 뉴롯데 완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의 핵심으로 꼽히는 호텔롯데 상장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롯데와의 연결 고리를 끊고, 신 회장이 한국 롯데의 명실상부 1인자로 오를 수 있는 시기도 미뤄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의 특허 문제로 8개월간의 총수 부재 사태를 몰고 온 면세점이 이번에는 신 회장의 ‘뉴롯데’ 재건에 제동을 걸게 된 셈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로 19.0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 등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은 99.18%에 달한다.
이 같은 지배구조 탓에 신 회장은 호텔롯데의 상장과 롯데지주와의 합병을 통해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을 낮추는 한편, 롯데지주 중심의 그룹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했던 호텔롯데 대신 롯데지주를 앞세워 그룹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발목을 잡은 것은 면세점의 부진한 실적이다. 호텔롯데는 면세, 호텔, 월드, 리조트 등 4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면세사업 매출은 올 상반기 말 기준 2조7009억5200만원으로 호텔롯데 전체 매출의 84.0%를 차지한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이전까지 면세사업부는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매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 여행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규모가 확대되면서 지난해는 25억원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1년 만에 영업이익이 100분의1 규모로 축소된 것이다.
사드 배치로 인해 냉각된 한-중 정부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지긴 했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자국 국민들에게 방한 시 롯데의 호텔이나 면세점, 백화점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으로서는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바뀌기 전까지는 사드 이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호텔롯데의 캐쉬카우 역할을 하는 롯데면세점의 실적 부진은 곧 호텔롯데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기업가치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로 장기간 'AA+'를 유지했던 호텔롯데의 신용도는 지난해 사드 여파 등으로 인해 재무실적이 하락하면서 'AA+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하향조정 됐다.
여기에 면세점 매출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잠실 월드타워점에 대한 특허취소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악재다.
지난 5일 항소심 재판부는 롯데의 월드타워점 특허 재취득 과정에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이에 면세점 특허를 관할하는 관세청은 재판부의 판단 등을 종합해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에 이어 연 매출 1조원에 달하는 월드타워점까지 잃게 될 경우 1조5000억원이 넘는 매출 감소로 인해 4조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위인 신라면세점이 올 상반기 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올 하반기와 내년 성적에 따라 내년 말에는 순위 변동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 순위에서도 뒤쳐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세계 2위를 기록한 롯데면세점은 3위인 프랑스 면세기업과의 매출액 격차가 1.2조원 정도였다. 만약 잠실 월드타워점 특허가 취소될 경우 3위 업체와의 순위 변동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 2015년 신동빈 회장이 제시한 ‘2020년 세계 면세시장 1위 도약’ 목표와도 멀어지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 상장은 신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하락한 현 시점에서는 원하는 만큼 일본 주주들의 지분율을 낮추려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 같은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상장시기를 앞당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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