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9900원 럭키박스, 온·오프라인서 완판 '대흥행'
흥미 끌기에 적합해 인기…'재고떨이' 지적 등에도 각광
이마트 9900원 럭키박스, 온·오프라인서 완판 '대흥행'
흥미 끌기에 적합해 인기…'재고떨이' 지적 등에도 각광
유통업계가 브랜드나 가격이 제각각인 상품을 무작위로 담아 판매하는 일명 '럭키박스'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럭키박스는 내용물에 실망한 고객들의 불만 등으로 뒷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운이 좋으면 지불금액보다 몇 배로 비싼 상품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럭키박스 프로모션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은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 시즌에 맞춰 마련한 '블랙이오' 행사에서 유아를 위한 '완구 럭키박스'를 이달 1일부터 판매했다. 총 3만원에서 8만원에 달하는 완구 3~6개가 무작위로 담긴 이 럭키박스 가격은 9900원이다.
온라인 채널인 이마트몰에서는 럭키박스 구매자가 몰려 약 4일 만에 품절됐고, 오프라인에서도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는 매장이 속출했다.
지역 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럭키박스 구매 인증과 후기가 속속 올라오며 지금까지 구매하지 않은 소비자들의 호기심까지 자극하고 있다. 이마트는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출시한 '어드벤트 캘린더 완구'도 날짜별 구분된 종이상자에 선물이 든 '럭키박스' 형식으로 선보였다.
럭키박스는 가방 안에 랜덤 상품을 넣어서 판매하는 '럭키 백 마케팅'의 일환이다. 앞서 미국 대표 전자업체 애플과 커피 전문매장 스타벅스에서 판매한 '럭키백'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현재는 아예 마케팅 방법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과거부터 일본에서 유행한 '가챠' 상품이 기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럭키박스는 즉석 복권과 공통분모가 있기는 하지만 재미요소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어서 사행성 이벤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고객들도 1등 당첨 확률이 낮다는 걸 알면서도 럭키박스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고, 업체 측은 최저 등수의 상품도 럭키박스 구매금액보다는 높은 가격으로 구성해 흥미를 제공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지난 10일 '해리포터'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럭키박스로 판매했다. 최소 8만원에서 최대 16만원의 상품으로 구성했으며 박스 하나 가격은 4만9900원으로 책정됐다.
이 럭키박스는 강남점과 명동점, 홍대점, 서울대라붐점 등 4곳에서만 판매됐는데 하루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뷰티업계에서도 럭키박스 행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앞서 에이블씨엔씨의 미샤, 에뛰드, 이니스프리, 에스쁘아 등 화장품 브랜드들이 자사 제품으로 구성한 럭키박스로 시선을 끌었다.
지난달 제이에스티나 뷰티는 할로윈을 기념해 최대 7만원 상당의 제품을 2만원에 얻을 수 있는 럭키박스를 판매했다. 올리브영, 부츠 등 편집숍들도 여러 브랜드로 구성된 랜덤박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기에도 럭키박스를 둘러싼 논란의 요소는 여전하다. 최근 이마트 럭키박스와 관련해서는 일부 고객이 박스 내용물을 확인하기 위해 진열대에 있는 상품을 몰래 열어보는 얌체 행위가 도마에 올랐다. 매장에서 뜯겨진 박스를 봤다는 목격담이 전해지기도 했다.
신상품으로 구성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고떨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쉽다.
화장품 랜덤박스를 사본 적 있다는 한 구매자는 "1만원짜리 랜덤박스에서 파운데이션과 블러셔 제품이 나와 기뻐했는데 사용기한이 내년 3월까지인 걸 보고 곧바로 실망했다"며 "돈을 더 주더라도 원하는 제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하는 게 더 속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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