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TK 일부 공천권 양보 '선거연대' 제안?
"그런 이야기 전혀 나오지 않아" 참석자들 부인
수도권·TK 일부 공천권 양보 '선거연대' 제안?
"그런 이야기 전혀 나오지 않아" 참석자들 부인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사이에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거연대가 논의됐다는 설이 보도되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화들짝 놀랐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조선일보는 24일자 조간에서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이 최근 홍문종 공화당 공동대표와 만찬 회동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수도권과 대구·경북 일부 지역구의 공천권 양보를 전제로 선거연대를 하는 방안이 제안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런 자리는 있었다. 유기준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정우택 의원이 고문으로 있는 '보수의 미래' 포럼은 지난 4일 포럼 회원인 이완영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위로하는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박맹우 총장과 포럼에 중도가입한 홍문종 대표도 참석했다.
선거연대와 관련한 설도 진작부터 분분했다. 대구·경북 지역 정가의 관계자는 "대구·경북이 전체 25석인데, 이 중 이미 조원진 대표가 맡고 있는 달서병을 제외한 24석을 12석 절반씩 갈라 공천하자는 요구가 있었다는 설이 지역에 파다하다"며 "응하지 않으면 전 지역구에 공천해 창원성산 (보궐선거) 때처럼 모조리 떨어뜨려버린다더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가 주재한 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는 이 보도가 단연 화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직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게 무슨 소리냐"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문답이 오갔다.
모임에 참석했던 유기준·정우택 의원이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단언하자, 일부 의원들은 "홍문종 의원의 자작품이 아니냐", "그 사람 큰일낼 사람"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기준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박맹우 총장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그런 말을 나눌 틈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우택 의원도 통화에서 "이완영 전 의원을 위로하느라 여러 명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어떻게 선거 때 제휴를 하자는 둥 그런 이야기를 나눴겠느냐"며 "그런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선거연대 제안이 나오지도 않았거니와, 발상 자체도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의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공화당과의 선거연대설 탓에 대상 지역으로 거론된 대구·경북의 예비정치인들과 민심이 동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당의 중도로의 외연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만난 적 없다"→"참석한 바는 있어" 번복 논란
해명 정정에 향후 사태의 전개 방향 놓고 우려
탄핵 직후 공중분해 위기에 빠졌던 한국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을 초빙하는 등 친박 색채 빼기 '심폐소생술'을 시전했던 정우택 의원은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면 내가 가만히 듣고 있었겠느냐"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선거를 희화화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고, 우리 당이 망하는 길"이라고 단언했다.
또다른 중진의원도 "홍문종 의원이 요즘 의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이상한 일을 벌인다"며 "'한여름밤의 꿈'처럼 자신의 꿈에서나 나오는 말을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복수 참석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당시 20분 정도 늦게 모임장소에 도착한 홍 대표는 공화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교도소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이 당을 같이 할 열 명 정도의 전직 의원들을 직접 선정했다고 홍 대표가 주장하더라"며 "대꾸나 별반 이렇다할 반응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당의 부적절한 대응 탓에 사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우려된다.
박 총장은 당시 모임에 참석하고서도, 조선일보에 "홍 대표를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보도 직후인 이날 오전 8시 무렵에는 출입기자단 전체에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박맹우 사무총장은 우리공화당 측 인사를 만난 적이 없다"고 재차 부인했다.
이 때문에 이날 오전 8시 30분에 열렸던 일본 수출규제 대책특위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박 총장이) 전혀 만난 사실이 없다더라"고 답한 황교안 대표마저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셈이 돼버리고 말았다.
한국당은 3시간여 뒤에야 "박맹우 사무총장이 모임에 참석한 바는 있으나, 선거연대 등의 논의는 없었다"고 해명을 정정했다.
이와 관련, 한국당 관계자는 "대응이 아쉽다. 마치 뭔가 있었던 것처럼 돼버렸다"며 "흉흉한 지역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셈"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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