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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야 채운다" 황교안, 통합 앞서 '인적쇄신' 드라이브


입력 2019.11.15 18:13 수정 2019.11.15 23:35        정도원 기자

黃, 전날 "내일 재선이 불출마 선언" 예고

김성찬 불출마 기자회견장도 박맹우가 예약

지도부 긴밀한 조율 하에 '인적 쇄신' 바람

黃, 전날 "내일 재선이 불출마 선언" 예고
김성찬 불출마 기자회견장도 박맹우가 예약
지도부 긴밀한 조율 하에 '인적 쇄신' 바람


경남 진해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재선 의원인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보수통합이 '숨고르기'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내 '인적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비워야 채운다"는 맥락으로 해석된다.

경남 진해의 재선 김성찬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유민봉 의원이 총선 불출마 의지를 재확인한 적이 있지만 비례대표 초선이었다는 점에서, '텃밭' 영남 출신 재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당내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평이다.

김 의원의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은 김 의원 본인이 아닌 박맹우 사무총장이 예약했다. 불출마 회견장에도 박 총장과 김성원 대변인이 자리했다. 황교안 대표가 전날 영남권 중진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내일 재선 의원 한 분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김성찬 의원은 "혼자 고뇌에 찬 결단을 했다"고 했지만, 지도부와 긴밀히 사전 조율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서 유민봉 의원의 불출마 선언 재확인도 지도부의 종용이 있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김태흠 의원의 '중진용퇴론'으로 불씨가 당겨진 당내 '인적 쇄신' 바람은 지도부의 '뒷바람'을 등에 업고 유민봉·김성찬 의원의 불출마 선언, 초선 의원 회동, 재선 의원들의 공천 백지위임 각서 제출 등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모양새다.

황 대표도 보수대통합에 앞서 당내 인적 쇄신을 선행할 뜻을 전날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당직자 월례조회에서 내비치기도 했다.

황 대표는 "혁신과 통합의 절체절명 과제를 이뤄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께 당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면서도 "정권에 등을 돌린 국민의 마음을 우리 당이 오롯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채우려면 비워야 한다"고 말했다.

"채우려면 비워야" 선후관계 재정립 시도
들불은 질렀으되 불길은 초·재선 맴돌아
"3선 이상 쇄신에는 고도의 정치력 필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6일 오후 국회에서 보수대통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며 눈을 감고 있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자유우파 통합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채움'이 통합, '비움'이 혁신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보수통합 논의가 당분간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선 틈을 타 먼저 당내 인적 쇄신의 고삐를 단단히 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선후 관계 자체는 올바르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대구에서 "(보수통합 논의의) 순서가 잘못됐다"며 "작은 가게 하나를 M&A할 때도 구조조정에 대한 생각이 받쳐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이 통합에 선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타오르기 시작한 '인적 쇄신'의 여파가 어디까지 향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자신에 뒤이어 '비울 분'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김성찬 의원은 "나는 모르겠다"면서도 "사무총장이 알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말대로 지도부에 '인적 쇄신'과 관련한 어떤 로드맵이 짜여져 있는지가 관건이다.

다만 지금까지 진행된 국면만 보면 '인적 쇄신'의 소용돌이가 초·재선에 국한돼 있고, 3선 이상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전날 김무성 의원이 황 대표와 영남권 중진의원들과의 오찬에서 "애국하는 마음으로 모두 용퇴하자"고 제안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한정적인 이유에 대해 황 대표와 측근 그룹의 구성을 문제삼고 있다. 황 대표 본인이 냉정하게 말해 '0선'이고, 측근이라 분류되는 의원들도 초·재선에 불과하다보니 대표의 리더십이 미치는 범위가 초·재선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도부가 '인적 쇄신' 들불을 지를 것을 직감한 홍준표 전 대표가 "나는 강북 험지인 동대문에서 내리 3선을 하고, 민주당에 빼앗겼던 경남지사를 되찾아오는 등 24년 동안 당에 헌신했다"며 "당에 들어온지 1년도 안 된 황 대표는 공헌한 게 뭐가 있느냐"라고 대뜸 반격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은 입각이나 청와대 비서관, 정 안되면 공사나 공기업 사장 등 다양한 카드를 통해 '인적 쇄신' 대상자들을 달랠 수 있는 반면 야당은 그게 안 된다"며 "자칫하다가는 탈당과 분당, 무소속 출마 등으로 분열의 생채기가 크게 나기 때문에 3선 이상을 '쇄신' 대상으로 삼을 때에는 고도의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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