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총수 리스크 해소됐지만 불매운동 유탄에 유통 부문 실적 부진
이마트 첫 적자에 대표이사 외부수혈, CJ는 유동성 확보 총력
롯데, 총수 리스크 해소됐지만 불매운동 유탄에 유통 부문 실적 부진
이마트 첫 적자에 대표이사 외부수혈, CJ는 유동성 확보 총력
“내년도 사업계획을 준비 중이지만 현재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는 상황이다. 예년보다 인사도 앞당기고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지만 내년 전망이 캄캄한 것은 마찬가지다.”
유통업계의 내년 전망을 묻는 질문에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가 답한 내용이다. 2020년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분주히 준비하고 있지만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조직 개편 시기를 앞당기고 비상경영을 외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내년은 더 힘들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롯데, 신세계, CJ 등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업체들은 연말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던 이마트는 평년 대비 한 달 정도 앞서 인사를 단행했다. 이마트가 속한 신세계그룹이 경우 보통 매년 12월 초 임원인사를 실시했지만 올해는 예외적으로 이마트 부문만 먼저 시행한 것이다.
처음으로 내부 승진이 아닌 외부 출신에, 전임 대표보다 10살 이상 강희석 신임대표가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조직개편도 전문성 및 핵심경쟁력 강화에 주안점을 단행했다.
상품 전문성 강화를 위해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 본부와 비식품 본부로 이원화하는 한편, 신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선식품담당 역시 신선1담당과 신선2담당으로 재편했다. 온라인에 비해 강점을 보이는 신선 부문을 강화해 차별화 포인트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또 현장 영업력 극대화를 위해 고객서비스본부를 판매본부로 변경했고, 효율적인 업무 추진을 위해 4개의 판매담당을 신설했다.
올해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유탄을 맞은 롯데는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의 집행유예 대법원 최종 판결로 발목을 잡고 있던 오너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유통부문을 중심으로 내달 중순 인사를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신 회장을 비롯해 지주 및 계열사 대표이사와 주요 임원 150여명이 참석한 경영 간담회에서 “투자의 적절성을 철저히 분석해 집행하고, 예산관리를 강화해 임직원들에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강화도 강조했다. 더욱 심화되고 있는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 보다 근본적인 전략이 준비되고 실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황 부회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과거의 성공방식은 오히려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IT 및 브랜드 강화”에도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의 경우 신 회장의 재판이 남아있던 상황이라 ‘혁신’ 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둔 인사를 단행한 만큼 올해는 교체 폭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실적이 좋지 않았던 오프라인 유통부문과 최근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후임에 대한 하마평이 돌기도 한다.
유독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CJ그룹도 최근 비상경영체제를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내 단행될 그룹 인사에서는 지주사 조직을 슬림화하고 각 계열사별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큰 폭의 인사이동에 비해 승진인사는 최소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CJ는 최근 잇따른 인수합병으로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올 4월 CJ푸드빌이 운영했던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한 이후 CJ ENM은 CJ헬로 지분을, CJ제일제당은 보유하고 있는 서울 가양동 부지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올리브영에 대한 매각설까지 제기되면서 식품(바이오 포함), 물류, 콘텐츠 등 3대 핵심 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 부문이 조정 대상이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여기에 최근 계열사인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논란으로 경찰 수사까지 겹치면서 이번 정기인사에 칼바람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년 연말 인사철이 되면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올해는 성과주의, 변화, 혁신 등의 단어가 계속 거론되면서 유독 분위기가 썰렁한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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